이용관 대표 기고 <이 스타트업에 나는 왜 투자했나> 07 로보아르테(ROBOARTE)

2022-01-05

치킨은 취향대로 맛있어질 있다, 로봇으로 

 

나는 최근 드라마화된 인기 웹툰 <유미의 세포들>의 팬이다. 주인공 몸속의 세포들이 의인화되어 여러 감정과 성격에 영향을 준다는 설정이다. 많은 세포들 중 주인공의 성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세포는 ‘프라임 세포’다. <유미의 세포들> 덕분에 회사에서 내 별명도 생겼다. 바로 ‘출출이 세포’다. 맨날 오후 4시만 되면 사무실에 있는 직원들의 옆구리를 찔러 “배고프지 않냐, 맛있는 것 배달해 먹자”고 해서 그렇단다.

 

 

압도적으로 많이 먹은 국민 간식은 당연히 ‘치킨’. 이 치킨 주문의 대부분을 차지한 브랜드는 ‘롸버트치킨’이었다. 스타트업 로보아르테에서 운영하는 로봇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사무실에서 그렇게 열심히 배달해 먹던 이 치킨, 치킨을 튀기는 로봇에 우리는 올해 투자했다.

 

 

 

점주에게는 안전한 환경을, 고객에게는 균일한 맛을 제공하는 롸버트치킨  

 

열심히 먹다가 투자했다고 하니 단순히 맛이 있어서 투자했나 싶겠지만 그렇지 않다. 내가 요리를 즐겨 하는 사람이라서 ‘손맛’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로봇 키친의 가능성에도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로보아르테의 강지영 대표와 창업 초기부터 몇 차례 만나기도 했다.

 

사실 이미 로봇 키친은 꽤 있었다. 로봇을 음식점에 도입하면 초반에는 신기하다는 이유로 고객이 유지된다. 그러다가 이 로봇이 일손을 덜어주는 등의 가치를 주지 못 하거나, 고객들을 만족시킬 만큼 맛있는 결과물을 내놓지 못 하면 금세 시들해지고, 사라지는 상황도 여러 번 봤다. 맛은 많이 먹어봤으니 잘 알았지만, 로보아르테는 점주의 고민을 덜어줄 방법을 찾으려는 관점에서도 훌륭한 팀이었다.

 

‘치킨집’은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은퇴 이후 창업 1위 종목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업무 환경이 너무 위험하고 힘든 곳이기도 하다. 뜨거운 기름 앞에서 계속 조리를 해야하니 기름이 튀기도 하고, 유증기를 직접 흡입해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다. 로보아르테는 이 힘든 작업 환경에서 점주를 대신해 치킨을 튀기는 과정을 안전하게, 보다 효율적으로 만드는데 집중했다.

 

퀄리티 컨트롤, 즉 ‘균일한 맛’을 내는 점에서도 로봇의 장점이 있다. 튀김의 퀄리티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가 반죽과 튀기는 과정이다. 물반죽과 가루 반죽이 묻는 양과 고르기에 따라 튀김 표면의 거칠기, 바삭한 식감이 달라진다. 로보아르테는 가변형 자동반죽기를 개발해 사람,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반죽의 형태를 제어해 반죽 퀄리티를 일정하게 만들었다.

 

튀기는 과정에서는 튀김유의 산도와 온도, 튀기는 시간이 영향을 미친다. 매장에는 예상하지 못한 여러 상황이 발생하는데, 사람이 조리할 때 이런 상황들에 대응하다보면 타이머를 맞춰놓아도 제때 치킨을 꺼내지 못해서 오버쿡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로봇은 제 시간에 튀김을 꺼내니 일정한 튀김 정도를 유지할 수 있다. 대략적으로 관리했던 기름 사용 횟수도 정량화하고, 디스플레이화해서 튀김유의 산도를 유지할 수 있게 한다.

 

로봇 또한 계속 발전하고 있다. 롸버트치킨은 지점에 ‘1호기점’, ‘2호기점’, 같은 표현을 쓰는데, 이 ‘1호기’, ‘2호기’가 바로 로봇의 버전을 의미한다. 지금 4호기까지 개발된 이 로봇은 점점 작아지고, 시간당 생산량과 처리 메뉴 개수도 늘어나고 있다. 1인이 운영하는 배달 전문 매장에 최적화한 로봇으로, 배달 시장을 노리면서 동시에 점주들의 부담을 줄이는 전략이다.

 

개인적으로 로봇의 요리가 보여줄 수 있는 가치가 두 가지라고 생각해왔다. 첫 번째는 사람이 절대 손으로 만들기 어려운, 3D프린팅 스시 같은 요리를 만드는 것이라면 다른 하나는 주방에서 안전하게, 효율적으로, 균일하게 조리하는 것이다. 로보아르테는 후자를 목표로 더 안전하고, 더 생산적인 로봇 주방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팀의 실행력으로 이를 증명해나가고 있다.

 

 

 

발전하는롸버트‘, 개인화를 꿈꾼다

 

그래도 맛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는 없다. 이번 기고를 위해 함께 롸버트치킨을 즐겨 먹었던 직원들에게 “롸버트치킨 메뉴 중 무엇이 제일 맛있었냐”고 물었다.

 

‘롸버트 후라이드’와 ‘후추를 후추후추치킨’이 거의 동률로 인기 메뉴로 꼽혔다. 후추후추치킨 특유의 통후추 소스가 맛있다는 그룹과, ‘겉바속촉’ 튀김 옷이 맛있어서 후라이드가 맛있다는 그룹으로 나뉘었다. 실제로 런칭 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치기도 했던, 강지영 대표의 ‘맛에 대한 집착’이 고객의 만족으로 나타난 결과다.

 

강지영 대표는 로보아르테 창업 전에 패스트벤처스에서 심사역으로 일했다. 덕분인지 자금 조달을 위한 마일 스톤 달성 계획, 일의 우선순위에 대한 판단 등이 훌륭하다는 것이 담당 심사역의 설명이다.

 

또 라이프스타일, 서비스 분야의 스타트업들을 검토해본 경험 덕분인지 브랜딩이나 시선을 사로잡는 메뉴명 선정 등에 강점이 있다고 느꼈다. ‘로봇’을 그대로 쓰지 않고 ‘롸버트’라고 쓴 것도 좋았다. 고객을 상대해야하는 사업이면서, 동시에 로봇을 개발하는 일에도 신경써야 하는 사업의 특성상 어려운 일을 많이 마주할텐데 이런 위트가 강 대표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았다.

 

로보아르테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 최종 선정되며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했다. 로봇 요리의 최우선 과제가 ‘균일한 맛’을 내는 것이었다면, 이제 롸버트치킨은 개인화된 치킨을 튀기기 위해 나아가려고 한다. 균일하게 맛을 상향평준화했으니, 개인의 선호에 따른 주문 내용을 바로 시스템에 전송해 개인화된 치킨을 튀겨보겠다는 계획이다. 머지 않은 때에 로봇 주방의 목표를 새로 써나가는 상징적인 사례로 로보아르테를 설명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