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관 대표 기고 <이 스타트업에 나는 왜 투자했나> 06 씨위드(Seawith)

2022-01-05

기술 창업을 했었고, 지금은 기술 창업에 투자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사실 나의 ‘부캐’는 요리하는 사람이다. 요리 유튜브를 보면서 새로운 레시피를 발견하고 시도해보기도 하고, 요리를 해서 나눠 먹는 것도 좋아한다. 최근에 입사한 직원들에게는 아직 못 해줬지만, 우리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최소 한두 번은 내 요리를 맛봤을 것이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생각하는 요리의 즐거움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새로운 요리 재료를 만날 때와 이것을 다듬을 때의 즐거움이고, 두번째는 맛을 느낄 때의 즐거움, 세 번째는 이것을 나눠먹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다.

 

그중 첫 번째 즐거움을 자극한 스타트업, ‘어, 이거 새로운 식재료로 매력 있겠는데?’ 싶어서 투자한 팀이 있다. 배양육 스타트업 씨위드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뉴바이올로지를 공부하던 학생들이 창업한 씨위드는 해조류를 이용한 배양액과 지지체를 활용해 배양육을 만들고 있다.

요오드 함량이 적은 김을 만들겠다던 팀을 설득해 배양육을 만들다

 

씨위드는 투자육성본부의 신성호 이사가 대구경북 지역에 심사하러 갔다가 흥미로운 팀이라며 소개해 처음 만났다. 그때도 이미 미국에서는 임파서블푸드와 비욘드미트의 소식이 연이어 들릴 때였고, 국내에서도 움직임이 생기면서 대체육 시장에 많은 관심이 쏠릴 때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때는 이 팀이 배양육을 개발하는 팀이 아니었다. 김과 미역 등의 해조류에 요오드 함량이 높아 갑상선 질환을 발생할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에 착안해서 해조류에서 요오드 농도를 70% 이상 낮춰주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었다. 나는 요리를 좋아하니까 푸드테크라는 점에서 관심이 갔다.

 

하지만 김이나 해조류는 우리나라에서만 많이 먹는 식재료다보니 시장이 잘 형성 될지 걱정이 됐다. 사업으로 이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해조류에서 요오드를 없애는 장비를 팔거나, 요오드가 제거된 김을 판매해야 하는데 식품 제조나 판매는 전문가에게도 너무 힘든 일이다. 그리고 이팀이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보다는 더 잘할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았다.

 

투자를 하지 않았을 때였지만, 지속적으로 미팅을 하면서 이 팀이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약 6개월 동안 함께 고민했다. 조금 더 모험적이지만 시장이 큰 시장, 그리고 아직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분야에 무언가 있을 것 같아서 혹시 실험실에서 연구하던 다른 게 있는지 물어봤다. 그게 바로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 배양, 배양육을 만드는 기술이었다.

 

다행히 팀도 흔쾌히 아이템을 변경하고자 했고, 그때 우리는 투자를 했다. 대체육에 접근하는 방법 중 세포 배양이라는 방법 또한 아직까지 리스크가 있었고, 기술은 완전히 검증된 것도 아니지만 우리 회사의 투자 철학 중 가장 중요한 게 ‘최초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여정을 함께 해보고 싶었다.

 

 

‘대체’육이 아닌 ‘단 하나의 식재료’

 

배양육 기술의 가장 큰 어려움은 높은 비용, 그리고 두께감 있게 배양하기 어렵다는 두 가지다. 씨위드가 이전에 해조류에 관심을 가져온 배경은 이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됐다. 해조류의 지지체(스케폴드)를 활용해 세포가 자라나는 구조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부피를 키우면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아주 얇거나 국수같은 형태의 식재료도 만들 수 있다.

 

또 배양육을 만들 때 비용이 많이 드는 이유는 배양액의 가격이 비싸서다. 배양육은 가축 근육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액이 담긴 생물반응기에 넣어 만들어야 하는데, 주로 배양액을 소의 혈청으로 활용한다. 이 배양액의 가격이 킬로그램 당 수십 만원 수준이다. 이 배양액을 씨위드는 해조류로 교체하며 가격을 일반 세포배양액 대비 1/100 수준으로 낮췄다. 배양육 가격도 1/20으로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소의 혈청을 사용하기 위해 불가피한 동물 복지 이슈도 해결했다.

 

개인적으로 대체육이라는 시장을 고기를 대체하는 시장으로 보기 보다는 새로운 식재료의 관점으로 본다. 기존의 고기와 아주 유사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오히려 유리한 유통 방식과 가격, 가치 소비의 트렌드 등과 함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도 이전의 콩고기 같은 제품들은 먹었을 때 ‘고기같지 않다’는 느낌이 많았고, 식감이나 향이 불편했는데 최근의 대체육들은 아예 다른 경험을 준다. 특히 해조류를 이용한 배양육으로는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 했던 형태와 질감을 경험할 수 있다니, 이걸 가지고 어떤 요리를 할 수 있을지 너무 설렜다.

 

올해 상반기에 씨위드는 기존 투자자들을 초청해서 개발한 배양육의 시식회를 진행했다. 씨위드가 만드는 배양육의 이름은 ‘웰던(well-done)’이다. 이 새로운 재료를 조리하기 위해 미슐랭 셰프를 모셔왔는데, 어떻게 조리할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손가락 두 마디만한 작은 사이즈였지만 고민하고 발전해온 이 팀의 어떤 순간을 함께 한다는 사실이 너무 재미있었다. 아직 갈길은 남았지만, 가능성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요오드 함량이 낮은 김’을 들고왔던 이 팀이 배양육까지 이렇게 잘해나갈 것이라 생각했던 이유는 바로 아이템에 몰두하는 집중력과 진정성이었다. 사업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해야 할 일도 많고 리스크도 큰 사업이었는데 자신들의 기회나 한계를 명확하게 설명하면서 신뢰감을 줬다. 시간은 걸릴 수 있어도 푸드테크 분야에서 뭔가를 할 수 있는 팀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최근 씨위드는 55억 원 규모로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다음 시식회 쯤이면 그럴듯한 ‘웰던’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무엇도 대체하지 않는, 단 하나의 ‘웰던’을 직접 요리해볼 기회도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