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가 여는 융합현실의 시대

2021-10-01

그 어느 때보다 ‘메타버스’가 화두인 요즘, 테크 액셀러레이터로서 메타버스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전략기획팀에서 리서치한 내용을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그 네 번째로, 메타버스 이전 이미 등장했던 기술들이 메타버스를 만나 어떻게 융합 현실을 빠르게 성장시켰는지, 또 메타버스 시대에 앞서 대응해야 할 사회적 이슈는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견인한 메타버스 경제 활동

 

메타버스 내에서 부동산 투자 등 경제 활동을 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이는 메타버스 생태계에서 장점을 발휘하는 블록체인 기술 덕분이다.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 VR 플랫폼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는 일종의 롤플레잉 게임으로 가상세계의 건물주를 육성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자는 ‘랜드’라는 이름의 토지를 구매하고 해당 토지 위에 건물을 짓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으며, 다른 사용자에게 토지를 판매할 수도 있다. 이런 토지 거래는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로 이뤄지며, 거래에 대한 정보는 블록체인(이더리움의 스마트 컨트랙트)에 저장돼 자산의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다. 사용자들은 부동산 차익거래를 통해 수익을 낸다.

대표적 사례는 2017년 100달러에 거래된 랜드가 2021년 1월에는 1400달러에 거래된 내용이다. 3년 만에 14배가 오른 셈이다. 2021년 4월, 디센트럴랜드가 가상세계에서 판매한 부동산 매출은 총 5000만 달러(약 575억 원)에 달한다.

 

크립토복셀(Cryptovoxels), 국내 대형 거래소인 업비트와 코인원에 상장된 엑시 인피니티(Axie infinity), 솜니움 스페이스(Somnium Space) 또한 가상 부동산 거래 서비스들이다. 호주 개발사 셰인 아이작이 실제 지구(어스1)을 본떠 만든 가상 부동산 거래 게임 ‘어스2(Eart2)’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투자 심리를 모으고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디지털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인 리퍼블릭 렘(republic realm)도 생겼다. 앞서 설명한 가상공간을 대상으로 리퍼블릭이 펀드를 조성, 가상공간에 호텔이나 상점을 지어 자산 가치를 높이는 형태다. 현실 세계의 부동산이 지닌 투자와 개발, 수익 창출 모델을 모두 가상 공간에서 구현하는 계획이다.

 

이런 흐름 덕분에, 메타버스야말로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라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데이터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는 블록체인의 특성 덕분에 익명으로 활동하는 메타버스에서도 신뢰 기반의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 탄생한 자산이 오로지 ‘희소성’에 따라서 가치가 매겨지는 공간이 메타버스다. NFT는 1개당 가격이 같은 일반 가상 자산과는 달리 토큰 1개당 가치가 모두 다르며, 그 가치는 희소성에 따라 결정된다. 즉, 게임에서의 희귀한 아이템 등을 토큰화 할 때 쓰인다.

 

즉 메타버스의 경제활동을 이끄는 재화의 희소성과 이에 따른 수요가 블록체인 상에서 증명된다는 뜻이다. 또한 이렇게 메타버스에서 거래한 가상 화폐를 실물 화폐로도 교환할 수 있으며, 투자 외에도 직접 아이템을 만들고 콘텐츠를 NFT로 변환해 소유권을 확립할 수 있다.

 

127만 명에 육박하는 로블록스 개발자 생태계, 누적 가입자수 70만 명의 제페토의 크리에이터로 알 수 있듯, 이미 메타버스 내에서 창작물을 만들며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메타버스의 경제 활동이 현실 세계의 경제 체제와 만나 새로운 융합 경제 시대를 열 것이라고 예측되는 이유다.

 

 

 

XR(VR, AR 등) 기술이 견인한 현실의 확장: 교육 및 기업

 

VR, AR 등도 기술 수준이 발전한 정도에 비해 소비자들에게는 친숙하지 않았다. 기기 사용에 대한 불편함은 물론 기술의 한정적인 부분만 일부 서비스에 녹아들어 활용됐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술들 또한 메타버스 생태계,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의 비대면 수요를 만나 크게 성장했다.

 

가장 화두로 떠오른 분야는 단연 교육 분야다. 비대면 수업, 입학식 등 많은 사람이 한 번에 모여야 하는 상황을 대체하는 것으로 시작됐지만, 장애인 학생들에게도 좋은 교육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마인크래프트에서 만들어진 오트크래프트(Autcraft)라는 커뮤니티는 자폐증 아동들이 놀 수 있는 메타버스의 공간이다. 자폐증 아동이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추가 플러그인을 이용해, 마인크래프트의 규칙을 따르면서도 다른 플레이어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고, 따돌림과 악플이 없는 등의 규칙을 통해 자폐증 아동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게 돕는다.

 

한편 기업은 크게 업무 환경과 사내 교육, 실무 인력 투입 시 리소스가 많이 드는 공정 등에 메타버스를 적용하며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있다. 업무 공간을 가상현실로 옮기는 변화는 팬데믹 상황에서 급부상한 트렌드다.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 ‘직방’은 개더타운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특히 직방의 경우 개더타운을 임시적으로 사용하다가, 국내 최초로 메타버스 협업 툴 ‘메타폴리스(Metapolis)’를 자체 개발했다. 2차원 집무 공간, 콘퍼런스 환경에 그치는 개더타운에서 나아가 3차원 기반으로 가상 빌딩, 가상 도시를 구축한 게 메타폴리스의 특징이다. 재계에선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기업이 비싼 임차료를 지급하며 오프라인 사무실을 낼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최대 소매 체인 ‘월마트’는 VR 헤드셋 기기를 활용해 직원들이 월마트의 키오스크인 ‘픽업 타워’ 사용법과 자사 서비스 규정, 고객 응대 방법을 경험하며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를 통해 약 백만 명이 넘는 직원이 교육에 참가했고, 과거 8시간이 소요됐던 교육은 15분으로 줄어들었다.

전통 산업에서도 메타버스를 활용한다. 독일 BMW 그룹은 2021년 4월, 실제 공장과 똑같이 구현한 ‘가상공장’ 프로젝트를 통해 불량률과 생산 효율을 검증하기 시작했고, 폭스바겐은 전 세계 생산현장 120곳의 인터랙티브 3D 공간을 만들어 실시간 협업과 교육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삼성중공업이 가상현실 교육 훈련 시스템을 개발해 거제 조선소에 적용했다. 선박 도장 업무의 경우 실습 기회 확보가 어렵고 실습 효과도 낮은데, 이 시스템을 통해 도장작업 기능 인력 육성을 위한 시간과 비용의 절감을 이뤄냈다.

 

현대자동차 또한 이미 2019년부터 150억 원을 투자해 VR을 활용한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구축했고, 기아차도 같은 해 9월부터 핀란드 VR스타트업인 바르요의 기술을 활용한 VR 디자인 회의를 도입했다. 덕분에 해외 현장으로 이동하기 힘들었던 팬데믹 상황에서 유럽과 미국 등 해외 디자인 센터 직원들과의 협업이 자유로울 수 있었다. 현대기아차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연구개발 전 과정에 완전 도입하면 신차 개발 기간을 약 20%, 개발 비용을 연간 15%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외에도 한화 토탈은 대산 석유화학공장 정기보수에 스마트 글라스를 도입해 효과를 톡톡히 봤다. 3~4년에 한 번씩 공장 가동을 멈추고 원천 기술을 가진 해외 기업 직원들이 입국해 노후 설비를 교체하거나, 공정을 개선해야 했지만 올해는 비대면 환경에서 정기 보수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XR(VR, AR 등) 기술이 견인한 현실의 확장: 헬스케어

 

뿐만 아니라 XR 기술과 메타버스의 만남이 의료 현장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이를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수술 실습 시 발생하는 비용 부담을 줄이고, 실제 수술과 비슷한 환경에서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메타버스를 활용한다.

 

2021년 5월, 분당 서울대병원은 메타버스 기술을 이용한 폐암 수술을 스마트 수술실에서 진행했다. 국내외 의료인 200여 명이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수술 과정을 참관했다. 이들은 구축된 360도-8K-3D 카메라를 통해 집도의와 수술 간호사의 모습, 수술실 내 환경을 원하는 대로 볼 수 있어 실제 수술실 안에서 참관하는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은 최근 의대 커리큘럼에 메타버스를 적용한 실습 교육을 진행 중이다. 해당 교과는 ‘해부 신체구조의 3D 영상 소프트웨어·3D 프린팅 기술 활용 연구 및 실습’이다. 수강생들은 의료영상을 가상 세계로 확대 적용하며 의료영상을 활용하는 법을 익힌다.

이와 유사한 서비스로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 뉴베이스가 개발한 ‘뷰라보’라는 시뮬레이션 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뷰라보는 의료 빅데이터에 기반한 가상 환자를 통해 교육 실습을 반복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정맥주사나 채혈 같은 간단한 실습부터 호흡기계 중환자 관리, 재난 중증도 분류 등 복잡한 과정까지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의료 실습의 경우 실제 실습 기회가 제한적인 만큼, 메타버스를 통해 기회가 확대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치매도 예방한다.

 

VR 기기 이용자의 시선과 뇌파 등 생체신호를 AI로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 룩시드랩스는 메타버스 VR 공간 안에서 노인들이 모여 클리닉에서처럼 그림을 그리고, 우울증이나 중독을 치료할 수 있게 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병원이나 클리닉에 가는 것이 더 어려워졌기 때문에, 집에서도 환자가 자체적으로 가상현실에서 홈케어링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KT 또한 ‘리얼큐브’ 서비스를 출시하며 전국 시니어 기관과 복지시설, 치매안심센터에 제공, 치매 예방과 증상 완화에 이를 활용하도록 했다. 치매 예방을 위한 경험의 장으로서 메타버스는 병원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의 의미를 갖는다. 당장 병원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이 가상공간에서 컨트롤러를 활용해 팔다리를 지시에 따라 움직이며 간단한 재활 치료 등의 운동을 하고, 메타버스 상의 주의력과 기억력, 지각 능력 훈련과 측정 콘텐츠와 뇌파 데이터를 활용해 치매를 예방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메타버스 시대의 사회적 이슈

 

메타버스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무한한 상상의 가능성’이다. 상상하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현실과 가상, 상상이 결합된 세상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타버스에도 역기능은 물론 잠재된 문제점이 많다. 때문에 새로운 유형의 사회적 문제를 예측하고 대비함으로써 메타버스가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등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

연재를 마치며

 

지금까지 총 네 편에 걸쳐서 메타버스의 구성요소와 이에 따른 각 기업의 접근 방식, 각 기술들이 견인한 메타버스와 실생활의 융합, 그리고 사회적 이슈까지 살펴봤다.

 

이처럼 메타버스는 하나의 새로운 생태계로서, 다양한 층위에서 각 층위를 구성하는 기술들과 만나 시장 크기를 파괴적으로 키워가고 있다. 특히 과거의 산업이 발전해온 순서를 재편하며 각 기업이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메타버스에 접근,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더욱이 이전까지 각 기술의 성숙도에 비해 사용자에게 가깝지 않았던 혁신 기술들이 메타버스 시대가 열리며 빠른 속도로 실생활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1세대 메타버스 때와 같이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가상현실이 아니라 화폐의 현금화, 교육이나 의료에서의 보완, 대체재 등 역할로써 한 단계 나아간 융합 현실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메타버스의 개념과 관련 서비스 등이 갑작스럽게 실생활에 깊숙하게 들어오면서, 아직까지 법과 제도적으로는 준비하지 못한 상황이 많다. 특히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대응이 아직까지 미비한 상태다. 메타버스에서 경제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논의, 이와 관련해 가상화폐의 현금화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창작물에 대한 권리와 소유권 분쟁, 나아가 개인정보 침해나 메타버스에서의 각종 범죄 등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메타버스를 통해 시공간의 제약은 물론 개인이 가진 장애 요인들을 넘어 다양한 경험의 장과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한편 팬데믹으로 인해 모든 사회활동이 메타버스 중심으로 진행되는 시기에 유소년기를 보낸 세대와 공존하기 위해서는 세대에 대한 이해는 물론 이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메타버스에 대한 폭넓은 차원의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