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의 등장과 산업 발전 사이클의 재편

2021-09-24

그 어느때보다 ‘메타버스’가 화두인 요즘, 테크 액셀러레이터로서 메타버스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전략기획팀에서 리서치한 내용을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그 두 번째로 메타버스에 접근하는 각 기업의 방식, 그중에서도 하드웨어를 통해 접근하는 페이스북을 먼저 살펴보고자 합니다.

 

 

기업별 메타버스 접근 방식과 산업 발전 프레임의 재편

 

메타버스를 구성하는 요소의 층위가 다양하고, 범위 또한 넓기 때문에 메타버스 시대를 준비하는 방법 역시 기업들마다 차이가 있다.

 

크게 하드웨어를 통해 메타버스 시장을 점유하고자 하는 기업과 콘텐츠를 통해 점유하고자 하는 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렇게 다른 층위로 접근하는 기업들이 메타버스 생태계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는 현상은 지금까지의 산업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도 갖는다.

 

과거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며 하나의 기술이 성장하면 다른 기술이 이에 맞춰 성장하는 사이클이 반복되며 생태계가 커졌지만 지금은 각자 자신들이 잘하는 방식으로 생태계를 점유하며 각자의 방향으로 메타버스를 키워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를 통해 메타버스 생태계를 점유하려는 기업들은 대부분 빅테크 기업들이다. 이미 많은 사용자와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더 크고, 고도화된 메타버스를 만들고자 한다.

 

 

그 시작은 하드웨어다. 애플이 스마트폰을 통해 시장을 장악했던 것과 유사한 전략이다. 엔비디아를 제외한 다른 기업들은 각자의 HMD를 제작하고 있고, AR 글래스나 주변 기기 등을 개발하며 하드웨어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고자 한다.

 

이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관련 업체를 사들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메타버스의 기본 골자가 많은 기술의 융합인 것처럼, 빅테크 기업은 그들이 가진 기술력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기업들을 인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접근을 통해 가장 메타버스 생태계를 빠르게 점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은 페이스북이다. 확보한 유저 수만 전세계 30억 명이 넘을 뿐더러, HMD인 오큘러스 퀘스트2를 성공적으로 대중화시켰고,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콘텐츠, 블록체인, 커머스 등 다양한 방면으로 공격적인 투자와 확장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메타버스에서 유저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 콘텐츠를 통해 먼저 접근하는 기업들도 있다. 이들은 유저들의 활성 시간을 늘리는 데에 도움이 될 커뮤니티를 형성하기에 유리한 게임이나 소셜 서비스의 형태를 띠고 있다.

 

앞선 대기업들의 전략은 VR 기기 대중화 등의 요소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들은 기존에 존재하던 PC, 콘솔, 스마트폰 등의 컴퓨팅 기기를 통해 차별적인 경험을 제공하며 이미 큰 커뮤니티를 형성해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게임과 가상현실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며 더욱 급격한 성장 모멘텀을 맞이했다. 가상 콘서트, 팬사인회 등의 엔터테인먼트 요소도 한몫했다.

 

콘텐츠를 통해 점유를 시도하는 기업은 로블록스가 대표적이다. 유저들이 직접 게임을 개발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 덕에, 개발자 생태계의 확장과 그로 인한 활성사용자 수 증가라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며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SNS, VR 쪽으로의 확장도 병행하고 있어 이들이 그리는 미래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로블록스는 2021년 3월에 뉴욕 증권거래소에 직상장했으며 상장 당일 기업가치 42조 원을 기록, 명실상부한 메타버스 대장주로 불리고 있다.

 

 

 

하드웨어 점유를 통한 메타버스 선점을 꾀하는 기업들: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페이스북을 비롯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들은 하드웨어 점유를 통해 메타버스 생태계를 선점하고자 한다. 이는 메타버스의 7개 레이어 중 인프라와 휴먼 인터페이스부터 공략하는 방식이다. 각 기업의 특징, 그리고 이중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페이스북의 전략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페이스북: 하드웨어 점유를 통한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진화

 

“페이스북은 5년 뒤 메타버스 기업이 될 것”

 

페이스북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2021년 7월, IT 전문매체 더 버지(The Verge)와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은 5년 안에 소셜 미디어 기업이 아닌 메타버스 기업으로 탈바꿈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 시작은 2014년 VR 기기 업체 오큘러스 인수였다. 이후 오큘러스 관련 연구 부서를 ‘Facebook Reality Lab’이라는 연구소로 격상시키고, 페이스북 전체 직원 중 20%(약 6000여 명) 가까이 해당 연구소에 소속돼 업무를 하는 등 VR/AR 기술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렇게 투자하는 배경은 메타버스를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을 새로운 플랫폼으로 보는 저커버그의 시각 떄문이다. 게임의 한 부분이 아니라 사람들이 상호작용하는 모든 공간을 메타버스로 보고 있어서다.

 

페이스북으로서는 애플이나 구글의 플랫폼을 거쳐야만 이용 가능한 서비스라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 하드웨어로의 접근을 택했다. 애플이 과거 아이폰을 통해 스마트폰과 앱스토어를 장악, 영향력을 끼치게 된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실제로 구글과 애플의 앱스토어에서는 각 앱의 인앱 결제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책정하고 있고, 2021년 4월에는 애플이 앱 추적 투명 기능(App Tracking Transparency, ATT) 업데이트를 하면서 페이스북 전체 매출의 98%에 달하는 맞춤형 광고를 어렵게 하기도 했다.

 

이런 접근 방식이 어느 정도 유효했는지, 2020년 하반기에 출시한 HMD인 오큘러스 퀘스트2는 2021년 상반기까지 누적 판매량 460만 대를 기록하며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되고 기록했던 판매량과 비슷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접근이 페이스북이 그리는 메타버스 청사진의 ‘휴먼 인터페이스’ 요소라면, 이외에도 사용자의 ‘경험’과 ’경제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스테이블 코인’ 등을 갖추어나가고 있다.

 

오큘러스를 비롯한 하드웨어를 통해 이용자가 페이스북이 구축하는 메타버스 생태계에 참여했다면, 이들을 생태계 안에 락인(Lock-in) 할 수 있는 킬러 콘텐츠가 중요하다. VR게임 개발사 인수, 가상 현실 SNS인 호라이즌 출시 등이 이를 위한 움직임이다.

 

뿐만 아니라 이 생태계 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상 화폐 발행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과거 출시를 추진했던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리브라’의 이름을 ‘디엠’으로 바꾸고 2021년 연내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페이스북의 이같은 움직임에 시장에서는 ‘더이상 광고 매출은 페이스북의 주가를 설명하는 변수가 아닐 수 있다’라며 ‘오큘러스 판매량과 메타버스 소프트웨어 판매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 대중화 되어가는 페이스북의 하드웨어

 

HMD의 판매량 증가 추이를 살펴보면, 메타버스에 접근하는 페이스북의 방식이 적합했던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분기 기준 전체 HMD 판매량은 작년 동월 기준 3배 이상 증가했고, 해당 증가폭은 오큘러스가 이끌었다.

 

퀘스트2는 전작인 퀘스트1에 비해 10% 이상(503g) 가볍고 가격도 100달러 하락해 299달러에 살 수 있다. 덕분에 가격과 성능, 그간 문제시됐던 어지럼증, 부족한 콘텐츠 등의 문제를 모두 해결함으로써 보다 대중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페이스북은 2020년, 인간 뇌의 전기신호를 컴퓨터나 기타 장치로 연결해 생각만으로 이를 원격 조종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 ‘컨트롤랩스’를 인수해 보다 본격적인 가상 환경 구축을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이런 기술들을 활용해 2021년 4분기 출시를 목표로 AR 글래스와 손목밴드 또한 개발 중이다. 사람의 물리적 제스처로부터 신경 활동을 측정하고 이를 컴퓨터 제어장치로 변환, 기기를 조종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현재 페이스북이 개발하고 있는 손목 기반 근전도 검사법(EMG)은 1mm의 움직임까지 감지할 수 있어 간단한 손동작만으로도 입력(input) 작업이 가능하다. 사용자는 이를 통해 가상 스크린 및 키보드를 통해 타이핑할 수 있고, 게임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하드웨어를 보급하면서, 페이스북은 자체 OS (Operation System, 운영체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부터 자체 OS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투자와 채용을 진행했지만 아직 페이스북의 제품들에 보급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페이스북이 자체 OS를 탑재하게 되면 향후 페이스북의 하드웨어가 구글 소프트웨어에 의존할 필요가 없게 될 가능성도 있어, 페이스북 하드웨어에 대한 구글의 통제를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

 

 

 

 

• 사용자 유입과 락인(Lock-in)을 위한 킬러 콘텐츠

 

아무리 하드웨어 기술이 뛰어나다고 해도,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신규 고객을 유입시키고 락인(Lock-in)할 수 있는 다양한 킬러 콘텐츠다.

 

로블록스나 포트나이트 같은 게임은 콘텐츠를 통해 지속적으로 사용자를 유입시키고, 확보한 점유율을 통해 확장된 메타버스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페이스북 역시 게임 콘텐츠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19년에는 VR 최고 인기 게임 ‘비트 세이버’의 개발사 비트 게임즈를 인수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해당 인수를 시작으로 앞으로 게임 콘텐츠 확보에 아낌없이 투자할 것을 예고했다.

 

페이스북은 애초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해당 강점을 활용한 서비스도 하고 있다. 2020년 9월에 가상환경 SNS 호라이즌을 출시했고, 해당 서비스에서 사용자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친구들을 초대해 게임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들을 할 수 있고, 새로운 친구도 사귈 수 있다. 네이버Z의 제페토와 같이 가상세계 안에서 본인만의 캐릭터를 꾸밀 수 있다.

 

또한 ‘오큘러스 퀘스트2’를 통해 가상현실 사무실을 구현해 낼 수 있는 서비스인 ‘인피니트 오피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가상현실 속에서 상황에 따라 장소를 이 동해 가며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동료들과 동시 협업이 가 능하며, 빠른 의사결정을 하는 등 업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자 했다.

 

2021년 8월에는 페이스북 앱에서 영화 개봉도 예정돼 있다. 뉴욕 맨해튼의 9.11 테러 기념관 건립을 둘러싼 논쟁을 영화화한 다큐멘터리 ‘디 아웃사이더(The Outsider)’가 페이스북 에서 8월 19일 오후 8시(미국 동부시간 기준)에 개봉된다. 입장료(약 4600원)를 지급한 고객들에게 배급사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링크를 보내주고, 영화 이후에는 패널 토론도 진행된다.

 

이번 영화 개봉과 상영은 메타버스를 직접 활용한 콘텐츠는 아니지만, 영화관 배급이 중요하던 영화사 입장에서 전세계의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일 뿐더러 페이스북 입장에서도 메타버스 시대를 준비하며 많은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 페이스북의 꿈,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

 

페이스북은 낮은 환전/송금 수수료로 전세계 어디서든 쉽고 빠르게 결제, 환전,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마련하고자 한다. 2019년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 ‘리브라’를 런칭했고, 당시 페이팔, 마스터카드, 이베이 등 유수 기업 28개가 초기 연합에 합류해 많은 관심을 받았으나, 금융계에서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잠정 중단됐다.

 

전세계 어느 국가의 인구 수보다 많은 30억 명의 유저를 확보한 페이스북이 달러, 유로, 엔화, 파운드 등 주요 통화에 기반한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경우 기축 통화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후 주요 통화가 아닌, 각국의 통화에 기반한 스테이블 코인으로 방향성을 수정하고 이름도 디엠으로 변경해 2021년 출시를 목표 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현실 자산과 액면 가치가 연동되는 코인이다. 현재 발행되어 있는 코인들이 변동성이 커 거래(Transaction)를 위한 화폐가 아닌 투자 자산으로 인식되는 것과는 다르게,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아 많은 거래를 유도할 수 있는 코인이다. 디엠을 전세계 페이스북 사용자 30억 명이 실생활에서 사용한다면 강력한 디지털 화폐가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 디엠은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기반하고 있다. 디엠 팀 자체적으로 지금의 기술만으로는 규모, 안정성, 보안 면에서 퍼블릭 블록체인을 전 세계 수십억 유저가 함께 활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디엠 협회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는 바로 커뮤니티와의 상호작용 및 리서치를 통해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전환할 방법을 찾는 것이고, 디엠 팀은 이 모든 일이 디엠 론칭 이후 5년 내로 가능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어지는 포스팅에서는 페이스북을 비롯해 하드웨어로 접근하는 빅테크 기업들과는 다르게, 콘텐츠와 사용자 체류 시간을 먼저 점유하며 메타버스 생태계에 접근하는 기업들을 살펴볼 예정이다. 그중에서도 2021년 가장 이슈가 된 기업 중 하나인 로블록스의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