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마주한 ‘ESG’ 시대, 초기 투자기관의 역할은 

2021-08-04

환경, 사회, 지배구조. ESG의 의미다. 이미 2004년에 코피 아난 전 UN 사무총장에 의해 등장했던 개념인 ESG는 2020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CEO인 래리 핑크의 연례서한에서 언급된 이후, 전 세계 기업과 투자자, 정부의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동시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 사회적 문제는 단일 정부나 개인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그야말로 지속가능성의 시대다. 

 

이전에도 유사한 사회적 요구는 있었다. 기업이 이윤 추구 외에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개념이다. 하지만 CSR은 선한 의도로 진행하는 ‘부가활동’의 인식이 많아, 주로 봉사활동이나 기부 프로그램 등으로 공헌하는 움직임이 컸다. 

 

ESG는 바로 이 지점에서 이전의 CSR과는 다르다. ESG는 기업 활동 전반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등을 도입하고 재무 활동에 이를 직접 연동하는 경영 방법이기 때문이다. 2015년 이후 ESG 요소들과 기업의 재무 성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가 ESG가 즉 기업의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려해야만 하는 요소임이 증명돼왔다. 

 

실제로 뱅크오브아메리카가 2019년도에 발표한 <ESG from A to Z> 보고서에 따르면 MSCI ESG 점수가 높은 기업(상위 20%)이 낮은 기업(하위 20%) 대비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효과가 약 5배 이상 증가했다. 즉 ESG는 단순히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비재무적 요소라는 이야기다. 

 

 

 

이해관계자, 그리고 소비자와 동행하기 위한 ESG 

 

이렇게 ESG가 기업 가치와 경제적 성과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의가 확대되면서 각국 정부는 ESG 공시를 의무화하기 시작했다. 

 

유럽은 2021년 3월부터 연기금에서 은행, 보험, 자산운용사 등 금융회사로 ESG 공시 의무 대상을 확대했고, 영국과 일본은 ESG 이슈 등 자본 시장의 변화를 고려하며 주주들의 적극적인 의결권 활동을 촉구하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개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과 우정사업본부로 불리는 4대 연기금에서 모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주요 대형 기관 투자자들 또한 ESG에 반하는 기업(무기 생산, 환경오염 유발, 담배 생산 등)을 투자에서 배제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우수한 ESG 성과를 보이는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포지티브 스크리닝 전략 등을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도 마찬가지다. 무디스(Moody’s)와 피치(Fitch Ratings), 스탠더드앤푸어스(Standard&Poor’s) 등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은 물론 국내 신용평가기관에서도 ESG 평가 결과를 신용 등급에 반영했다. 듀크에너지(Duke Energy)의 경우 석탄발전소에서 석탄재가 배출된다는 이유로  스탠더드앤푸어스를 통해 신용등급이 A-Stable에서 A-Negative로 한 단계 낮아졌다. 즉 환경과 사회, 지배 구조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흐름은 기업들에게 재무적으로, 또 신용에도 위협을 줄 수 있는 시대가 됐음을 의미한다.

가치 소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이 등장한 것도 기업들이 ESG를 신경 써야 할 이유다. MZ세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가치소비 현상은 환경과 정의, 기업의 도덕성과 진정성 등을 구매 기준으로 삼는다. CONE의 ‘2019 Z세대 퍼포스 스터디(Gen-Z purpose study)’의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90%는 기업이 ESG 이슈 해결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중 75%는 기업이 그 약속을 정말 이행하는지 직접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이런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기업들은 단순히 마케팅 차원을 넘어, 생산 과정 전반에서 ESG 요소를 내재화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했다. 이런 고민은 기업 스스로에 대한 과제가 될 뿐만 아니라 협력 업체를 선정하는데도 중요한 기준이 됐다.

 

포스코건설은 2021년 2월부터 협력사 ESG 평가모형 개발을 추진 중이며, SK 건설 또한 2021년 4월부터 업무 협약을 통해 협력사들의 ESG를 챙기기 시작했다. KCGS(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협력업체 ESG 평가체계 구축 노력’을 원청업체의 평가에 가점 항목으로 규정한 것도 한몫했다. 

 

 

스타트업의 ESG 이슈, 그리고 초기 투자 기관의 역할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성만큼이나 업무 방식의 혁신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ESG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500 startups에서 109개의 초기(Pre 시드 – 시리즈 A) 단계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2.4%가 ESG와 관련한 정책(성별 혹은 종교에 따른 차별 금지, 데이터 관리, 탄소 배출 감축 등)을 마련해 실천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ESG 경영이 매출과 인재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ESG 목표를 달성해온 스타트업들이 트렌드에 발맞춰 좋은 기회들을 잡기도 했다. 대기업이 앞장서 스타트업에 투자, 협업, 지원 등의 방법으로 환경(E)과 사회(S) 섹터를 챙기려는 움직임을 보여서다. 인수 사례들도 주목할 만하다. 2020년에 발생했던 5천억 원 이상 국내 M&A 12건 중 5건이 ‘ESG 딜’이다. SK에코플랜트는 환경 폐기물 플랫폼 EMC 홀딩스를 1조 원에, 중견 건설회사 IS동서는 폐기물 산업 상장사 코엔텍을 5100억 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대체로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는 당면한 성장이 과제인 만큼 이 문제를 우선순위에 두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ESG를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과의 동행을 위해, 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스타트업도 초기부터 ESG에 대한 내부의 인식과 기준을 세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의 초기 성장 단계에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초기 투자 기관들이 역할을 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영국 정부 소속 재무기관인 CDC 그룹과 책임 투자 벤처캐피털 FMO는 2020년 ‘Responsible venture capital’ 보고서에서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은 비즈니스 모델이 빠르게 변하고 성장하며, 공격적인 채용, 제한된 거버넌스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투자 프로세스에 ESG 요소를 통합해 포트폴리오사의 위험과 기회를 파악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설명하는 투자 단계 별 ESG 관련 조치는 아래와 같다. 

이런 흐름과 함께 해외에서는 초기 투자기관들이 선제적으로 ESG를 고려한 투자와 포트폴리오 지원을 시작했다. 500 startups는 ESG 정책을 투자 분석과 의사 결정, 포트폴리오 지원 과정에 통합했다. 심사 단계에서 투자 제외 요소는 없는지 확인하고, 투자 이후에도 관련 가이드와 교육을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가 2021년 5월 150억 원 규모의 디쓰리 ESG 벤처투자조합 펀드를 결성했고, 위벤처스에서는 ESG 리서치 전문회사인 서스틴베스트와 함께 내부 ESG 스크리닝 지표를 구축, 투자 심사 과정에 이를 반영할 것임을 밝혔다. 

 

 

 

마무리하며

 

ESG는 지난 CSR 등의 붐과 다르게,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정교해지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고, 기업 스스로의 더 나은 경영을 하기 위한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은 상장사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움직임이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출자 및 투자의 흐름은 물론, 최근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ESG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움직임 등을 놓고 볼 때 ESG는 초기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와 성장을 위해서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초기 투자 기관들이 선도적으로 ESG에 대한 고려를 해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