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초기 투자기관들 ‘투자하거나, 직접 만들거나’

2021-07-20

진화하는 초기 투자기관들 ‘투자하거나, 직접 만들거나’

 

 

초기 투자 기관들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기존 액셀러레이터, 벤처캐피탈(이하 VC), 컴퍼니빌더가 가지고 있던 각각의 특성을 안고 서로의 장점을 흡수하는 형태로 확장하는 것이다.

 

VC는 기존에 집중해온 투자 단계보다 더욱 초기 스타트업 발굴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한편, 액셀러레이터와 컴퍼니빌더는 초기에 투자했던 기존 포트폴리오사에 팔로우온 투자(follow-on investment, 후행 투자)를 중심으로 확장하고 있다. 또 액셀러레이터와 VC가 직접 컴퍼니빌딩 모델을 통해 직접 신규 사업에 뛰어들기도 한다.

 

고유의 특징이 확실했던 액셀러레이터, VC, 컴퍼니빌더가 서로의 장점을 흡수하며 진화하고 있다.

 

 

컴퍼니빌딩 모델은 기존 액셀러레이팅 모델과 지원 방식이 유사하면서도 직접 산업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액셀러레이터, VC가 많은 시도를 해온 영역이다.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인 Techstars(이하 테크스타즈)가 2019년 런칭한 벤처 스튜디오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테크스타즈는 신사업의 구상 단계부터 개발까지 지원한다.

 

최초의 컴퍼니빌더는 미국의 아이디어랩(Idealab)으로 알려져있다.  글로벌 채권 펀드 운용사인 핌코(PIMCO)의 공동 설립자인 빌 그로스가 1996년 창업한 아이디어랩은 150개 이상의 회사를 설립하고 45 건 이상의 상장과 M&A를 이끌어냈다. 아이디어랩의 사례 이후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약 340여 개의 컴퍼니빌더가 도전적인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컴퍼니빌더가 증가하고 있다.

 

 

직접 또는 함께, 컴퍼니 빌더의 세 가지 유형

 

컴퍼니빌더 또한 리스크를 헷지하는 방법에 따라 유형을 구분해볼 수 있다. 여느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컴퍼니빌딩으로 설립된 스타트업 또한 생존을 위해 치열한 시장 검증과 노력이 필요하며, 설립한 스타트업들을 연속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크게 ▲독립형(컴퍼니빌더 내 사업 아이디어와 외부 창업팀이 함께 창업해 창업팀에 대한 시장 진입 검증 리스크를 헷징) ▲내재형(내부에서 직접 컴퍼니빌딩을 하되 해외 시장에서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로 창업하며 리스크를 헷징) ▲기업형(컴퍼니빌더에게 의뢰한 고객사의 수요를 반영해 창업하며 리스크를 헷징) 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컴퍼니빌더는 리스크를 헷지하는 방법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각 세 가지 유형의 경우 리스크를 헷징하는 방법만큼 엑싯 전략도 다르다.

 

독립형 컴퍼니빌더의 경우 스타트업에 대한 초기 비즈니스 개발 단계에서의 지원과 지분율이 조금 높을 뿐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VC를 통해 후속 투자를 유치하거나 M&A를 통해 독립하도록 한다. 컴퍼니빌더의 관여도도 가장 낮다. 사실상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후속 투자 유치를 돕는 액셀러레이터 본연의 역할과 가장 가깝다.

 

대표적인 독립형 컴퍼니 빌더는 유럽 기반의 스타트업 스튜디오인 eFounders다. B2B SaaS 관련 비즈니스를 집중 개발, 웹사이트 형태의 디지털 플랫폼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을 런칭하는 eFounders는 2011년부터 현재까지 총 28개의 스타트업을 런칭했다. 30명 내외인 임직원이 연 평균 5팀 이상의 스타트업을 런칭하는 것이 특징이다.

 

eFounders 임원진으로 구성된 ‘eFounders Core Team’이 아이디어를 구상, 설계하면 외부에서 사업에 매칭할 CEO와 CTO를 모집한다. 이들이 각각 지분의 25%를 갖고(총 50%), 나머지 50%는 eFounders에서 취득하는 구조다.

 

사업 개발은 창업팀이 리드하며, eFounders Core Team이 창업팀을 서포트한다. 각 프로젝트의 가능성과 수요에 따라 25만 유로부터 많게는 70만 유로를 투자하며 프로덕트, 디자인과 마케팅을 중심으로 18개월 동안 액셀러레이팅 과정을 거친다.

 

18개월 이후 해당 스타트업은 eFounders로부터 완전히 독립해야 한다. 따라서 eFounders의 주 엑싯모델은 VC로부터의 투자 유치를 통한 독립이지만, 기업에의 M&A나 주요 액셀러레이터(YC, 500startups) 배치 프로그램으로의 연계도 이루어진다.

 

성장률 또한 주목할 만 하다. 2020년 기준 eFounders 포트폴리오의 총 기업 가치는 약 10억 달러 규모로, 지금까지 런칭한 스타트업 중 18개의 스타트업이 스핀아웃, 4개의 스타트업이 M&A됐다.

 

한편 내재형 컴퍼니빌더의 경우 스타트업이 성장한 뒤에도 컴퍼니빌더의 구조 안에 머문다. 이때 컴퍼니빌더는 지주회사의 형태다. 따라서 해당 스타트업에 대한 관여도는 가장 높지만, 외부의 시각으로 검증되지 않은 비즈니스라는 리스크는 해외 다른 시장에서 검증된 비즈니스모델로 창업하는 방식으로 헷징한다. 독일의 컴퍼니빌더 로켓인터넷과 국내 컴퍼니빌더인 패스트트랙아시아가 대표적인 예다.

 

기업형 컴퍼니빌더의 경우 새로운 성장동력 등의 고객사 수요를 반영해 컴퍼니빌딩을 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하 BCG)의 자회사인 컴퍼니빌더 BCG Digital Venture(이하 BCGDV)가 대표적인 사례다. 빠르게 확장하는 디지털 산업에 발맞춰 고객사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관련 신사업을 지원한다.

 

BCGDV는 고객사의 핵심 사업을 분석한 후, 이와 전략적으로 관련있는 디지털 솔루션을 구상, 설계한다. 고객사에서 직접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업 제안을 하기도 하지만 BCGDV가 자체적으로 사업을 구상하고 이와 전략적으로 관련 있는 기업에게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BCG Digital Venture

 

 

이들의 전략은 고객사의 수요를 반영해 적절한 스타트업이 있다면 투자하고, 없으면 직접 창업하는(‘Invest if exists, invent if it doesn’t’) 것. ‘있으면 투자한다’는 대표적인 사례가 고객과 기업간의 쌍방 소통을 지원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Formation Inc.’다. BCGDV는 고객사 중 한 곳인 스타벅스에 이 팀을 소개했고, 스타벅스는 BCGDV와의 공동 투자를 제안했다. 투자 이후 BCGDV는 액셀러레이팅을 받은 이후 6개월만에 스타벅스에 적용할 플랫폼을 개발했다.

 

한편 ‘없으면 개발한다’의 사례는 고객사와의 신사업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 프로그램인 ‘Innovation Sprint Program’을 통해 진행된다. 바이오제약회사 Allergan과의 프로그램을 통한 스타트업 ‘Spotlyte’ 런칭, Sartorius와의 파트너십을 통한 LabTwin 설립등이 그 사례다.

 

연속성있는 파트너가 되기 위한 수평적 확장 노력

 

한편 투자 범위에 있어서도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여러 기관들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초기 스타트업의 성장을 더욱 효과적으로 연속성있게 서포트하려는 초기 투자 기관들의 방향성 때문이다.

 

주로 시리즈A 라운드에 투자해온 VC들은 더욱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며 성장을 돕는다. 액셀러레이터의 경우 초기 단계에 투자한 스타트업들의 후속 투자에도 참여하며 연속적인 성장 지원을 꾀한다. 시드 단계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해온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Y Combinator(이하 YC)의 YC Continuity 펀드 조성이 대표적이다.

 

ⓒY Combinator

 

 

2005년 설립해 세계 최초의 액셀러레이터라고 불리는 YC는 매년 3개월 과정의 프로그램을 두 번 진행하며, 지금까지 2000곳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 YC Continuity Fund 는 2015년 조성된 펀드로, 배치 프로그램을 졸업한 얼럼나이들의 후속 투자 라운드에 참여해왔다. 펀드의 주 목적은 YC 얼럼나이를 후속 라운드까지 서포트하고, 일부 YC 얼럼나이가 아닌 시리즈A 단계 팀을 대상으로도 유망하다고 판단되면 투자하기 위함이다.

 

투자 뿐만 아니다. 주로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게만 열려있던 지원 프로그램의 문도 넓어졌다. 아예 시리즈A 라운드 이상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한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다.

 

YC Continuity Fund의 경우 이 펀드와 연계해 시리즈A 이상 스타트업을 위한 YC Growth Program을 진행한다. 규모는 어느 정도 커졌지만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시점에 접어든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그로스해킹 마케팅 전략을 기반으로한 고객층 확대에 초점을 둔다.

 

2010년에 설립한 500 startup 또한 기존에 운영하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명을 ‘500 시드 프로그램(seed program)’으로 바꾸고, 이후 단계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500 시리즈A 프로그램’을 런칭했다. 8주간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 또한 YC Growth Program 과 마찬가지로 데이터 기반의 그로스 해킹을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 프로덕트 디자인 교육 등을 지원한다.

 

 

효율적인 액셀러레이팅, 빠른 사업 기회 포착을 위해

 

그렇다면 초기 투자 기관들은 왜 서로의 경계를 흡수하며 확장하는 것일까. 액셀러레이터의 경우 기존 포트폴리오사에 후속 투자를 하게 되면 액셀러레이팅과 지원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밀착 지원이 필요한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는 포트폴리오사가 많아질수록 조합 등 전반의 관리 뿐만 아니라 각 포트폴리오사에 맞춘 지원을 하는데 부담이 늘어난다. 기존 포트폴리오사에 후속 투자를 할 경우 포트폴리오의 갯수는 늘리지 않되 지원 업무의 부담도 덜 수 있고, 초기부터 성장 과정과 사업 모델을 지켜봐온 만큼 액셀러레이팅 과정을 길게 이어갈 수 있다는 부분에서 스타트업과 액셀러레이터에게 모두 효과적이다.

 

또한 액셀러레이터는 시드 라운드에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액셀러레이터가 제공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밀착 지원 등의 요소가 필요해 이미 규모가 성장한 스타트업에서도 액셀러레이터로부터 투자 유치를 원하기도 한다. VC의 경우에도 초기부터 좋은 스타트업을 발굴해 성장을 함께 하고, 기존에 집중해오던 투자 라운드까지 함께 할 수 있다면 더욱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한편 초기 스타트업의 투자와 지원에 집중하다보면 다양한 사회적 문제, 또 이를 해결할 창업가와 기술, 아이디어를 만나게 마련이다. 이때 투자 심사는 물론 팀에 알맞은 액셀러레이팅을 하기 위해 산업 전반에 대한 리서치가 수반된다.

 

이때 관심있게 지켜보는 분야에서의 사업 기회나 해결해야 할 문제를 발견했는데, 이를 해결한 창업가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면 어떨까. 액셀러레이터나 VC가 직접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게 된다. 이 방법이 컴퍼니빌딩 형태로 표현되는 것이다. BCGDV의 사업 전략인 ‘존재하면 투자하고, 없으면 개발한다(Invest if exists, invent if it doesn’t)’가 컴퍼니빌딩으로의 확장을 상징하는 문장일 것이다.

 

 

마무리하며

 

지금까지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여러 유형의 초기 투자 기관들이 각자의 영역을 확장하며 경계가 모호해지는 흐름에 대해 살펴봤다.

 

스타트업에게는 다양한 초기 투자 기관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활용해 더욱 긴 호흡으로 지원해줄 수 있도록 경계를 확장하는 것이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 사회와 각 산업군이 가진 문제를 고민해온 전문가들이 컴퍼니빌딩을 통해 이 문제에 접근한다면 사회 문제 해결이라는 과제에도 한 걸음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