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포인트 패밀리] “임상 데이터 계의 구글, 제약바이오벤처의 파트너가 되고 싶다” 메디아이플러스 정지희 대표

2021-06-09

평균 50년, 그리고 1조 원. 신약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다. 빅데이터 기술 등의 발전으로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시간은 줄었지만, 문제는 임상 과정이다. 여러 단계를 모두 거치면 임상에만 평균적으로 10년, 3750억 원 정도가 소요된다.

 

이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더 많은 기회가 임상 연구자들에게,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사들에게, 그리고 그 의약품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자들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블루패밀리 메디아이플러스 정지희 대표는 임상 과정 병목 현상의 원인을 산재된 임상 데이터 때문으로 봤다. ‘메디씨(MediC)’ 서비스를 기획하게 된 계기다.

 

 

 

 

오진으로 고생했던 어린 시절, 그리고 MSL 경험

정지희 대표의 창업 계기는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한 달에 키가 무려 10cm가 크며 성장통을 한 달 내내 겪었다. 잠도 못 잤고, 뼈가 자라는 속도를 못 따라잡아 길 가다가 쓰러지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성장통을 심하게 겪은 것이었는데, 당시 국내에 희귀한 케이스라 온갖 검사를 했다는 정지희 대표. 희귀한 병이라는 진료 결과 탓에 팔에 큰 흉터를 남기며 조직검사까지 했지만, 결국 오진이었다. 흉터 탓에 파일럿, 경찰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정 대표는 이때 겪은 의료 정보의 격차를 줄이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그렇게 약학대학에 진학한 정 대표는 MSL이라는 직업을 알게 됐다. Medical Science Liaison. 제약사와 의료진, 유관 부서들 사이에서 전문적인 의약학 정보를 바탕으로 사내 교육, 연구 자문을 하기도 하고, 제약회사의 승인을 얻도록 연구자들을 돕기도 하는 역할이다.

MSL로 일하던 정 대표는 임상 과정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시장의 문제를 파악했다. 국내 연구진들은 최신 학회 정보, 통계, 가이드라인을 한 번에 찾을 곳이 없어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다. 이런 탓에 훌륭한 연구진이 해외 제약사의 임상 과정에 참여하지 못 하는 과정이 안타까웠다.

뿐만 아니다. 국내 바이오 벤처는 해외 정보를 찾기 어렵고, 해외 바이오벤처는 국내 임상시험을 위한 표준화된 정보를 구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니 적절하지 않은 이에게 임상 기회가 돌아가기도, 연구 쏠림현상이 발생하기도 해 진행이 더뎌지는 문제도 많았다. 임상 과정을 둘러싼 모든 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없을까. 메디씨 서비스의 시작이다.

의료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 메디씨 그리고 한알만

임상 시험 과정의 효율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 대표는 임상 데이터에 집중했다. 산재된 임상 데이터를 잘 모아 필요한 이들에게 제공한다면 연구자와 바이오벤처, 제약사 등 산업계 전반이 업무를 효율화하고, 많은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고 봤다.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수록 환자들이 치료받을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메디아이플러스의 서비스 ‘메디씨’. 메디아이플러스 홈페이지(클릭 시 이동)에 접속하면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메디아이플러스는 자체 개발한 머신러닝 및 AI 기반 자연어 처리 모델 프로그램으로 지금껏 아무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임상 시험 용어 표준화에 힘을 쏟았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데이터의 임상 용어를 정리한 것이다. 데이터 집계와 가공의 수준을 높여 사용자에게 맞춤형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현재 클로즈 베타 서비스 중인 메디씨 서비스는 정식 오픈 전부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코로나 확산 상황으로 모두가 백신 개발에 집중하는 만큼, 신약과 백신 개발의 임상 과정을 줄여준다는 스타트업에 기대가 쏠린 건 당연한 일이었다.

메디아이플러스 정지희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알만’

 

의학 정보의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목표로 정 대표가 힘을 쏟는 곳은 또 있다. 운영한 지 2년이 넘은 유튜브, ‘한알만’(클릭 시 이동) 채널이다. 정 대표는 “그저 모든 사람이 건강하면 좋겠다. 특히 ‘한알만’ 채널은 1020 여성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주려고 한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질정 넣는 방법, 피임약에 관한 오해 등을 알려주고 질문을 받는다. 반응이 좋아 교육 콘텐츠 의뢰도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임상 데이터 계의 구글이 되고 싶다

메디아이플러스는 북미 시장을 노리고 있다. 많은 바이오 벤처들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는 것이 목표인 만큼, 시장 규모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창업을 준비하며 정 대표가 직접 미국을 횡단,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수요를 파악한 결과이기도 하다.

메디아이플러스는 임상 데이터 계의 구글을 꿈꾼다. 메디씨에서는 임상 과정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찾을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이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해외 임상 시험을 찾을 때, 해외에서 우리나라 임상 시험을 찾을 떄 모두 우리 사이트를 통해서 찾도록 하는 ‘게이트 키퍼’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이가 경쟁 대신 ‘잘 하는 사람이 잘 하는 일을 더 잘 하도록’ 만들어 더 많은 환자에게 의료 혜택을 주고 싶다는 정지희 대표. 메디아이플러스가 만들어갈 임상 시험 생태계의 선순환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