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포인트 패밀리] “음악적 경험의 차원을 확장하고 싶다” 버시스 이성욱, 김경태, 강정우

2021-04-14

모든 사람이 모든 곳에서 음악을 듣는다. 여러 디바이스의 개발과 서비스 확장으로 듣고 즐기기는 더 쉬워졌다. 하지만 ‘듣는’ 경험은 물리적인 ‘듣는다’는 행위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유튜브만으로도 공연 실황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요즘, 라이브 공연에서만 전해지는 경험의 차별성은 줄어들고 있다.

 

버시스는 음악을 듣는 것 이상으로 ‘경험하도록’ 하는 뮤직 테크 스타트업이다. 영화에서 비디오 게임이 발생한 것 처럼 음악을 경험할 새로운 포맷이 필요하다는 것이 버시스의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버시스는 고정된 하나의 ‘파일’로 존재하던 음악을 사용자가 직접 만지고, 가지고 놀며 새로운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살아있는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2019년 연말,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동창 프로그램 1기에 선발돼 2020년 한 해 동안 액셀러레이팅 과정을 거쳤고, 2020년 연말 여러 수상과 투자 유치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버시스의 인터랙션 디자이너 이성욱 대표와 창업 멤버인 강정우 디자이너, 김경태 오디오 엔지니어를 함께 만났다.

 

 

 

 

모두가 음악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도록

 

힙합에서 랩퍼가 대체로 직접 작사하는 ‘절’에 해당하는 표현인 ‘벌스(verse)’. 벌스에는 보통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하기 쉽게 만들고 싶다는, 많은 사람이 어떤 형태로든 음악에 참여하게 하고 싶다는 뜻에서 팀명을 ‘버시스(verses)’라고 지었다.

 

공대에 재학하며 음악 동아리 활동을 하던 김경태 엔지니어와 강정우 디자이너는 음악적 경험을 확장하고 싶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대학 시절 소규모 전시회를 기획했다. 음악 공연과 동시에 이를 비주얼라이징 등 새로운 형태의 기술로 표현하는 전시였다. 음원을 한번 재생할 때 뮤지션에게 채 1원도 돌아가지 않고, 공연 파일도 복제되는 시대에 그 장소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다는 첫 발자국이었다.

 

김경태 엔지니어와 강정우 디자이너가 대학 재학시절 주최했던 점선면 행사스케치

 

 

외진 동인천 지역에서 열렸던 이 전시에는 거의 지인만 참석했다. 그런데 이때 전혀 모르는 관객이 딱 세 명 왔다. 그중 한 명이 이성욱 대표였다. 전시회장에서 나가던 이 대표를 붙잡아 이야기를 나눴고, 서로 생각하는 목표가 비슷한 방향이라는 걸 깨달아 함께 일하게 된 것이 버시스의 시작이다.

이성욱 대표는 고등학교 3학년 때 갑작스럽게 음악이 하고 싶어서 음대에 진학했다. 일반적으로 예고를 거쳐 몇 년을 준비하고 들어간 사람들과는 달랐다. 그러다 보니 컴퓨터 음악을, 이어 IT 쪽으로 커리어를 확장하게 됐다. 지금은 지니뮤직으로 이름을 바꾼 도시락 서비스 기획을 비롯해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 런칭 업무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음악 포맷에 대한 가능성을 엿봤고, 유학길에 올라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며 버시스의 밑그림을 그리게 됐다.

 

버시스가 음악적 경험에 집중하는 이유

 

이성욱 대표는 음악적 즐거움에 두 가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물리적인 진동을 통해 자신의 몸이 흔들리며 느끼는 수동적 즐거움과 자신이 음악을 직접 제어하고 음악의 논리 구조를 가지고 노는 즐거움이다. 이 분류를 따르면 현재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수동적 즐거움을 경험하는 과정이다.

 

 

작곡을 전공한 이 대표는 음악을 들으면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고, 악기로 그 상상을 구현하며 쾌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악기를 원활하게 다루지 못하더라도 그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고. 포토샵 같은 기술도 전문 영역이었지만 다양한 사진 편집 앱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서비스로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고 편집하는 기쁨을 줬듯, 음악에서 그런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단다.

 

 

 

 

그래서 버시스는 마치 ‘게임 같은’ 첫 데모를 만들었다. 사용자가 음악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서비스, ‘인터랙티브 뮤직’을 어디까지 몰아붙여 볼 수 있을지 스스로도 테스트해보는 과정이었다. 이후 범용 플레이어를 개발해 단순한 디자인과 움직임만으로도 사람들이 음악을 느낄 수 있게 했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후엔 만지면 도망가기도 하는, 생명력을 가진 음악을 만들어갔다.

 

그 결과 LG디스플레이, 중소벤처기업부, 삼성, 신한 등의 여러 공모전 등에서 호평과 두둑한 상금을 받았다. 후속 투자 유치까지, 1년간의 액셀러레이팅을 마무리하며 든든하게 총알을 장전할 수 있게 됐다.

 

아티스트가 찾는 서비스를 만든다는 것

 

버시스는 9일 ‘뮤지션들의 뮤지션’이라는 아티스트 수민과 협업해 FIGHTMAN 인터랙티브 인터페이스를 출시했다.

 

음악은 물론 뮤직비디오 콘셉트 또한 버시스가 만드는 서비스와 잘 어울렸던 뮤지션이 수민이었다. 기획 단계부터 협업하고 싶은 뮤지션이라고 소문을 내고 다녔다. 그러다 수민의 인스타그램 프로필로 콜드메일을 보냈고, 수민 쪽에서도 긍정적으로 대답해 함께 하게 됐다. 심지어 수민이 직접 비주얼팀, 영상팀을 직접 리크루트해와 협업의 퀄리티를 높이는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김경태 엔지니어는 사실 자신의 음악을 지지고 볶는 과정을 뮤지션이 좋아할지 걱정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수민의 경우 이런 서비스를 통해 음악이 확장되는 것을 더 좋아했고, 심지어 ‘보컬까지도 건드려도 된다,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해보고 싶다’고 했단다. 그 외에도 유저 인터페이스나 매뉴얼 개발에도 도움이 되는 의견을 많이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김 엔지니어는 “사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기존 음악인들이 거부하는 성향이 있다. 창의력을 시험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수민 님의 사례처럼 기술의 발전이 창작자들의 가능성을 더욱 확장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창작물을 가지고 노는 대중을 보면서 행복한 뮤지션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수 수민과 협업한 FIGHTMAN 인터랙티브 인터페이스가 iOS 음악 유료 앱 순위 1위에 올랐다. 수민 역시 본인 sns 계정에 앱 관련 피드를 올렸다.

 

 

놀랍게도 수민과 작업한 앱은 출시 후 12시간 만에 미국과 한국 iOS 음악 유료 앱 순위에서 계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 그룹에서의 호평은 기대했지만, 대중에게도 생각보다 빠르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다.

 

버시스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음악 감상의 방식도 하나의 장르가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그저 영상을 보기만 하던 시대가 틱톡 같은 인터랙션 콘텐츠로 확장한 것처럼 음악 또한 그렇게 되길 바란다는 생각이다.

 

강정우 디자이너는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기 어려운 상황을 생각해보면 말실수를 할까 봐 걱정되는 때인 것 같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음악이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음악으로 표현하기를 망설이게 되는 것”이라며 “버시스는 개인의 표현과 즐거움의 한계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과 좋아하는 사람들 모두를 설레게 할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버시스의 목표. 버시스가 확장해나갈 뮤직테크 산업의 내일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