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포인트 패밀리] “출연연 20년, 이제는 ‘내 일’해야겠다 싶었죠” 빅픽처랩 금창섭 대표

2021-02-04

누구나 한 번은 창업을 해야하는 시대. 하지만 경력이 없으면 어떻게 대뜸 창업을 해야 할지 망설이고, 경력이 많으면 이 경력을 버리고 어떻게 창업을 할 지 망설인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에서 20년. 연구자로서 탄탄대로를 걷다 돌연 창업을 한 사람이 있다. 조직 내 불통의 문제를 해결하고, 모두가 편안하게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자 블록체인 기반 조직문화 혁신 생산성 툴 ‘잇닷’과 ‘서밋’을 만드는 블루패밀리 ‘빅픽처랩의 금창섭 대표를 만났다.

 

 

왜 조직문화 혁신인가

금창섭 대표는 개인 기량이 풍부한 연구자들이 많은 곳에서 일해왔다. 하지만 각자의 고충이 있다는 걸 일하면서 깨달았다. 술자리에서 나누는 고충에 대한 일들은 건설적인 논의로 이어지지 않고 사라지기 일쑤였다. 이런 고민들이 모두 데이터라는 생각을 했다.

 

말하고 싶은 사람과 듣고 싶은 사람. 이들의 갈증을 기존의 협업 툴로는 해결하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려움 없고 자유로운 의사 개진을 위해서는 선택적익명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좋은 아이디어를 낸다면 이 아이디어도 보호받을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했다.

 

소모적인 뒷담화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활동이 재미가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아이디어. 블록체인 전문가로서 쌓아온 문제 해결력이 이어졌다. 크레딧 토큰으로 의견 데이터들을 정량화관리하고, 활동에 따라 포인트를 쌓으며 이것이 개인과 회사의 (성장) 자산이 될 수 있도록 기획했다.

 

빅픽처랩의 ‘잇닷’ 서비스 자료화면

 

 

20년 연구자의 창업, 기술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

 

비교적 일찍부터 ‘언젠가 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금 대표. 막연하게 ‘언젠가 해야지’ 하던 것이 어느 시점을 지나며 ‘더 늦기 전에 나가서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으로 바뀌었단다. 하지만 있던 자리를 정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연구자로서의 책임감으로 쉽게 실행하지 못했다는 금 대표.

 

그러다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매일 퇴근하고 밤마다 고민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책의 구절, 영화의 대사가 모두 창업하라고 응원하는 것 같은 때를 만났다고 한다. 영화 <신세계>에서 황정민이 ‘고민 그만하고 결정해라, 안 그러면 네가 죽는다’고 말했을 때, 그리고 ‘배가 떠나야 할 때를 안다’는 어떤 책의 구절에서였다.

 

다행히 금 대표가 재직하던 ETRI에서는 사내 예비창업과정이 있어 퇴사를 하지 않고도 창업을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 금 대표는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해봐야 하지 않겠나 싶은, ‘꿈을 이루겠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다. “막상 사업하니 그러면 안 되는 걸 알게 됐지만 창업을 결심했을 당시엔 꿈을 이룬다면 꼭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덧붙였다.

 

때론 적지 않은 나이가 창업하기에 너무 늦은 것은 아닐지 걱정했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성공한 창업가 중 40대의 비중이 가장 많다는 통계에 위안을 삼았다는 금 대표. 그럼에도 “오래 일한 업의 습성을 벗는 게 쉽지 않았다”며 “스스로 딱딱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공공기관을 벗어나니 스스로 딱딱했더라”고 회고했다.

 

연구를 오래 했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은 해본 적이 없어 이것이 핵심인 창업과는 달랐다며, 경력이 있어 창업에 도움이 되겠지 하던 것들이 오히려 반대로 스스로를 돌아보는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비교적 늦게 창업의 길을 택한 금 대표에게 ‘창업에 좋은 때가 있는지’를 물었다. 금 대표는 “회사라는 곳은 원래 답답한 곳이지만 그냥 그만두면 안 된다”며 “창업은 직접 해봐야 자신에게 맞는지 아는 분야고, 이 경험을 위해 굳이 회사를 그만둘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사이드 프로젝트, 이른바 ‘스텔스 창업’ 등의 형태로 경험해보고 준비가 됐을 때 본격적으로 뛰어들어도 좋다고 했다. ​

 

잇닷과 써밋, ‘빅픽처랩’이 그리는 큰 그림

 

빅픽처랩의 사명은 사실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기술자들만 모여 ‘설계’의 의미를 담아 지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빅픽처랩이 풀고 싶어하는 답답한 조직 문화와 불통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통해 그릴 ‘큰 그림’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게 됐다.

 

창업을 막연하게 생각했을 때는 비즈니스 모델만 잘 만들면 돈을 버는 사업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는 금 대표는 블루포인트를 만나 ‘비즈니스 모델도 중요하지만 창업팀이 풀고싶어하는 문제가 무엇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런 사고의 전환들이 이어지면서 막연하게 ‘투자 받으면 간섭만 받을 것’이라던 생각은 사라지고 ‘파트너를 얻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단다.

 

빅픽처랩은 현재 조직 내 의견 개진을 위한 오피니언 보드 ‘잇닷’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회의록 관리 보드 ‘써밋’을 서비스하고 있다. 시민 사회에서의 의견 수렴을 위해 대전광역시, 대덕구청 등과 협업하기도 하고 서울시민주주단과 주택 정책을 수립하기도 한다. 금 대표는 “메신저와 이메일, 여러 생산성 툴들이 있지만 우리는 이 모든 툴들을 아울러 조직문화 거버넌스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며 “메타 협업툴로서 비어있는 시장을 공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전문가인 금창섭 대표가 말하는 블록체인의 가장 큰 매력은 ‘탈중앙화’ 이전의 ‘탈권위’다. “기술을 활용해 조직내 권위에 의한 심리적 두려움을 해소하고, 좀더 생산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금 대표. 최근 후속 투자유치에 성공한 빅픽처랩은 향후 메타 협업 시장의 필수 서비스로 자리잡고 싶기 위해 서비스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