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관 대표 기고 <이 스타트업에 나는 왜 투자했나> 05 인벤티지랩

2020-08-13

* 본 기고문은 조선일보 <이 스타트업에 나는 왜 투자했나> 시리즈에 연재한 글로, 조선일보의 동의 하에 전재함을 밝힙니다.

 


인벤티지랩 김주희 대표

 

갑자기 두통이 있거나 소화가 안 되면 증상을 완화하는 약을 먹는다. 요즘은 편의점에서도 상비약을 구비해두는 경우가 많아 구하기도 쉽고, 이런 약은 먹으면 증상도 금세 낫는다. 하지만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약의 경우는 어떨까.

 

반려견의 심장사상충 주사, 탈모인이나 치매 환자를 위한 약물같은 경우는 이렇게 빠른 시간에 효과를 내면 그만인 종류의 약물이 아니다. 오히려 약효가 원하는 시간 동안 꾸준히 적당한 농도로 유지되는게 환자에게도 좋고, 그 과정이 환자에게 불편하지 않을수록 좋다. 갑자기 많은 양의 약물이 체내에 흡수되면 위험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우리가 2016년에 투자한, 그리고 우리 포트폴리오 중에서도 바이오 제약 분야 1호인 인벤티지랩(대표이사 김주희)은 약효가 안정적으로 정해진 기간 동안 체내에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장기지속형 약물전달시스템(Drug Delivery System) 기술 개발 기업이다.

 

인벤티지랩 이전에는 약물을 포함한 마이크로스피어(미소구체, 마이크로 단위의 초소형 구(球) 형태약물 담체)를 필요한 크기로 균일하게 제조하기 어려웠고, 그 가치에 대한 인식도 크지 않은 상황이었다. 인벤티지랩은 이를 위해 생화학에 유체역학, 기계공학을 접목했다. 미세 환경에서 유체 움직임을 파악하고, 이를 활용해 마이크로스피어를 제조하는 기술을 통해 일정한 양의 약물을 실어낼 입자를 양산하는데 성공했다.

 

김주희 대표의 이력도 특이하다. 바이오 벤처 창업은 대개 연구자 출신인 경우가 많은데, 김 대표는 제약 회사에서 10여 년 간 의약품 인허가를 위한 임상 전략 전문가로 활동했다. 의약품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산업적 센스가 있어야 하는 업무 분야다.

 

김 대표는 좋은 신약 물질도 환자가 제때 약효가 작용할 때 그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는데 방점을 두고, 효과적인 약물전달 기술에 집중했다. 그렇게 창업한 회사가 인벤티지랩이다. 제약사에서 근무한 경력 덕분에 임상 절차를 잘 이해하고 있었고, 약물전달 과정에 대한 이해와 개발 전략을 통한 의약품 개발 로드맵이 잘 서있었던 것 또한 경력에서 온 장점이다.

 

또한 DDS 기술의 특성상 여러 약물을 이 기술에 적용할 수 있어, 우리는 이 팀을 바이오 기업이기도 하지만 융합기술 ‘플랫폼’ 기업이라고도 봤다. 기술이 좋을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면에서도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할 수 있어 충분히 매력적인 팀이었다. 기술력과 김 대표의 전문성이 만나 인벤티지랩의 기술은 조직수복용 의료기기, 동물의 심장사상충약(한 번 주사로 3개월에서 1년 유지)을 시작으로 치매, 탈모, 당뇨, 약물중독 치료제 등의 참신한 장기지속형 주사제 인의약품에도 적용하고 있다.

 

지금은 우리 회사에 전문성을 가진 의사, 약학박사, 수의사, 바이오 전공 심사역이 포진해 있지만, 인벤티지랩에 투자할 당시만 해도 바이오 전문가가 한 명도 없었다. 그러던 때 비전공자인 주니어 심사역이 이 팀을 발굴해왔다. 지금은 이노폴리스파트너스에서 일하고 있는 박재일 책임심사역이 무려 세 번이나 이 팀과 기술에 대해 설명했고, 우리는 전문가가 아닌 환자 관점에서 DDS 기술의 가치에 공감해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

 

김 대표와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스트레스 받는 일들을 제빵 취미로 해소하는 김주희 대표가 직접 만든 마카롱과 케이크 등을 우리에게 선물해준 적이 있다. 나 또한 취미가 요리이기 때문에 다른 요리보다도 마카롱의 꼬끄와 피에, 필링을 잘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안다. 아주 정교하게 접근해야 적당한 질감으로 완성할 수 있는 고난이도 작업이다.

 

김 대표로부터 선물 받은 마카롱은 너무 맛있었지만, 꼬끄가 조금 딱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맛있었는데,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지나가듯 이 이야기를 해줬다. 그랬는데 다음 만남 때 이 부분을 개선한 마카롱을 들고 온 게 아닌가. 훨씬 더 맛있어진 마카롱을 먹으면서 ‘취미도 이렇게 열심히, 꼼꼼하게 하는 분이라면 본인 사업은 당연히 그렇겠다’는,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의 신뢰가 쌓이기도 했다.

 

투자 당시 인벤티지랩은 포항공대와 협업해 마이크로스피어를 균일하게 양산하는 기술만을 가지고 있었던 초기 상태였다. 인력 구성 또한 개발 인력 위주였다. 하지만 좋은 팀은 좋은 사람들이 알아본다고 하지 않나. 초기에 인벤티지랩에 투자했던 투자자 중 한 명이 직접 팀에 합류했고, 이후 규모가 커지면서 필요한 인력들이 보강되며 꾸준히 성장해 올 초 140억 원 규모의 시리즈 C라운드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인벤티지랩은 기술상용화에 속도를 내며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의 기술이 더 많은 약물과 결합해 더욱 많은 이들에게 편리하게 약효를 전달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원문: [Tech & BIZ] ‘장기 지속형 약물 전달 시스템’ 독보적 기술… 제약·기계공학 접목한 기발함에 놀라

 

이노폴리스 박재일 심사역(전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심사역)이 말하는 인벤티지랩

 

바이오 벤처 창업은 흔히 천재들의 전유물로 인식되곤 한다. X선 사진 한 장으로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했다는 제임스 왓슨의 이야기나 바이오테크기업의 산 역사인 제넨텍의 시초도 유전자 재조합기술을 만든 하버트 보이어 교수가 창업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실제로 바이어 벤처를 창업하고 초기부터 대규모의 투자유치를 받아 성장하는 바이오텍 스타트업들은 수십년간 한 분야를 연구하여 대가의 경지에 오른 유수 대학의 교수님이나 글로벌제약사의 전문가들이 맨파워를 갖추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성공 확률도 높다.

 

인벤티지랩의 김주희 대표는 화려한 연구자 출신이 아닌 제약 회사의 RA(Regulatory Affiars)출신이다. 의약품의 허가와 사후관리를 위하여 식약처에 제출하는 수많은 서류작업과 보완작업을 담당하는, 드러나지 않지만 꼭 필요한 직군이다. 김주희 대표는 세상에 없는 신약이 아닌 약물의 효과적인 전달에 주목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에서 이 회사의 가능성과 기술을 떡잎부터 알아보고 투자했을까? 그렇지 않다. 5년 전 회사에는 바이오를 전공한 전문가가 없었는데 비 전공자였던 내가 세 번의 사업설명회를 진행했고 모든 분들이 전문가가 아닌 환자 관점에서 가치에 공감한 후 투자를 진행했다. 3년 전 투자유치를 위한 데모데이 때에도 잔뜩 긴장하셨던 김주희 대표님 모습이 기억난다. 화려한 이력의 대표님들의 피칭 사이에서 어떻게 발표할까 고민을 거듭하던 그 회사가 이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평범한 가치에 집착을 거듭한 결과다. 하루 하루를 반복하는 우리에게도 평범과 비범의 차이는 어쩌면 종이 한 장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