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관 대표 기고 <이 스타트업에 나는 왜 투자했나> 04 이너보틀(inner bottle)

2020-04-29

* 본 기고문은 조선일보 <이 스타트업에 나는 왜 투자했나> 시리즈에 연재한 글로, 조선일보의 동의 하에 전재함을 밝힙니다.

 


이너보틀 오세일 대표

 

인류의 삶을 바꿔 줄 물질로 각광받았던 플라스틱. 하지만 썩지 않아 재활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이제는 큰 골칫거리다.

 

그래도 세계적으로 평균 8%는 재활용을 한다는 일반 플라스틱은 그나마 낫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전 세계에서 매년 150억 병이 생산된다는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 산업이다. 재활용도 재활용이지만, 내용물을 끝까지 쓰고 버리기 쉽지 않아서다. 내용물이 묻어 있기 때문에 재활용 하기도 쉽지가 않고, 그렇게 끝까지 못 쓰고 남은 화장품들이 하천에 흘러들어 수질 오염까지 야기한다.

 

이너보틀(대표 오세일)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탄성 이너셀을 이용해 내용물을 끝까지 쓸 수 있게 하는 기술 스타트업이다. 탄소배출권, 폐기물 제로 배출(zero emmision) 등 환경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미션을 가진 이너보틀의 기술을 이용하면 용기 내부에 이물질이 남지 않는다. 그러니 하천에 흘러들어가 수질 오염을 시키는 것도 예방할 수 있고 다쓴 용기도 재활용, 나아가 재사용이 가능하다. 그런 목표 의식과 이를 풀어낸 기술에 매료돼 투자를 결심했다.

 

이너보틀의 오세일 대표는 변리사다. 다양한 기술 특허를 접해왔고, 또한 중견 특허법인에서 대표변리사로 일하며 법인을 성장시키고 운영한 경험도 있다. 그 과정에서 환경 오염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창업을 했다기에 아이템에 확신이 있구나 싶었다.

 

이런 변리사 경력은 당연하게도 기술 창업에 큰 힘이 됐다. 단순히 내용물을 다 쓰는 탄성 이너셀 용기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재충전과 재사용도 쉽도록 내용물을 주입하는 단계부터 버리는 단계까지 용기를 사용하는 전 과정의 생태계를 바꾸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더 매력적이었던 것은 이를 사업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이었다. 아마도 그냥 ‘용기’를 개발하겠다고 했다면 이 팀이 혁신적이라고 느끼지 못 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병이나 용기를 생산하고 납품하는 속성의 사업은 상대적으로 불안정하다고 알려져 온 분야다. 공급자들과의 관계에 의해 업황이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너보틀은 달랐다. 사업의 핵심을 ‘새로운 소재의 용기 생산’에 둔 것이 아니라, 내용물을 남김 없이 쓸 수 있는 용기를 생산하고 탄성이 가진 내부 용기(이너보틀)를 기존의 용기(외용기)에 충전하는 기술에 뒀다. 이 기술을 비즈니스로 풀어낸 것이다. 이 방식이라면 비즈니스 전체의 헤게모니를 바꿀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이런 비즈니스는 ‘한번 프린터 기기를 사면 그 프린터에 들어갈 카트리지를 계속 구매해야 하는’ 비즈니스의 속성을 갖는다. 기존 단단한 형태의 용기에야 어떤 식으로든 주입이 쉽지만, 이너보틀의 탄성 이너셀 용기에는 이너보틀의 기술이 있어야 주입이 가능해서다. 게다가 변리사 출신인 만큼 이 기술과 관련된 산업을 분석하고, 이에 맞게끔 특허 포트폴리오로도 구성해 나가고 있어 사업적인 안정성도 높았다.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방법’이 우리 회사의 투자 철학인 만큼, 좋은 기술이 좋은 방향으로 쓰여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팀에 매력을 느끼게 마련이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와 이를 기술과 비즈니스, 특허 포트폴리오로 풀어낸 팀인 만큼 이너보틀에 투자를 결정한 건 당연했다. 또한 최근 환경 문제에 대해 전 세계적, 전 산업적 관심이 높아진 만큼 시장성도 크다고 봤다.

 

실제로 국내외 유수 화장품 대기업에서 러브콜을 보냈다. 이너보틀의 기술이 시장에서 필요하다는 검증이 됐다는 뜻이다. 또한 제품의 생산 주기 전체에 적용할 기술을 가지고 있기에 화장품 뿐만 아니라 공업용 페인트, 생활용품 등 액체 종류에는 모두 적용할 수 있게 돼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트렌드에 발맞춰 더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투자 이후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국방부가 개최했던 ‘도전 K-스타트업 2018’에 나가서 대통령상 수상 소식을 전해주기도 했던 이너보틀. 전문성과 추진력, 팀원들이 각자 쌓아온 경험치를 통해 스스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고마운 팀이기도 하다. 이너보틀이 만들어갈 새로운 순환경제 생태계를 기대해 본다.

 

원문: [Tech & BIZ] “화장품 남김없이 쓰는 용기… 새 패러다임과 환경보호 이뤄낸 기술에 매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