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관 대표 기고 <이 스타트업에 나는 왜 투자했나> 03 에스투더블유랩(S2W LAB)

2020-04-17

* 본 기고문은 조선일보 <이 스타트업에 나는 왜 투자했나> 시리즈에 연재한 글로, 조선일보의 동의 하에 전재함을 밝힙니다.

 

 

교수 창업은 기술력이 뛰어나도 어려울 때가 많다. 특정 분야에서 수년에 걸쳐 깊이 있게 연구하는 직업 특성상 기술에 대한 인사이트는 있으나, 사업 경험이 부족하므로 경영감각이나 추진력이 아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문제점 중 하나는 팀 빌딩이 어렵다는 점이다. 기술에 대한 자존심이 강하고, 기술에 중심을 너무 많이 둬 다른 역할을 해야 할 사람들이 동기 부여를 잃기도 쉽다. 그래서 우리는 교수 창업 팀의 경우 그 교수의 지도 학생이 합류하는지를 본다. 학생이 교수 팀에 합류한다면 교수도 좋은 사람일 것이고, 그만큼 신뢰가 깊은 관계일 거라는 나름의 기준이다.

 

에스투더블유랩(S2W LAB)은 이런 점에서 모범적인 팀이다. 학생들이 카이스트 정보보호대학원 신승원 교수에게 “교수님, 이거 함께 사업해 보시죠. 교수님이 도와주시면 해 보고 싶습니다”하며 밀어부쳐 시작한 팀이다. 아니나 다를까, 신 교수는 학생들에게 존경과 애정을 받으며 “좋은 형 같은 교수님”으로 통하는, 팀 빌딩을 할 만한 충분한 매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에스투더블유랩은 사이버 위협에 대한 각종 데이터 소스들을 분석하는 데이터 인텔리전스 스타트업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인터넷(월드와이드웹)을 서피스 웹(surface web)이라고 표현하는데, 그 반대에 무기와 마약 거래, 해킹 도구들과 유출 정보 등을 거래하는 익명 네트워크, 다크웹(dark web)이라는 어둠의 세계가 있다. 에스투더블유랩은 이 다크웹을 분석하는 원천 기술로 시작한 팀이다.

 

앞서 소개한 신승원 교수가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맡고 있고, 티맥스 소프트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해 보스턴컨설팅그룹, 롯데미래전략연구소를 거쳐 온라인 패션 메타 서비스 스타트업 디자이어랩의 대표로 일했던 서상덕 대표가 CEO로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둘은 카이스트 학창 시절과 티맥스소프트 시절을 함께 한 오랜 친구다.

 

나와 서 대표는 꽤 오랜 인연이 있다. ‘여섯줄’이라는 대학교 음악 동아리 후배였다. 그때부터 참 선한 사람이라는 인상이 있었다. ‘착함’의 대명사로도 유명하면서, 심지도 굳은 친구였다. 투자자로서 인연이 닿은 건 2017년 즈음이었다. 롯데엑셀러레이터에 방문했는데 졸업하고 한참을 못 봤던 서 대표가 스타트업 대표로 그곳에 입주해 있었다. 그 회사를 정리하게 되면서 신 교수와 새로운 일을 준비한다며 진로 상담을 하기에, 듣고 흥미로워 몇 달을 만나다가 투자했다.

 

다크웹 분석은 보안 분야에서 중요한 카테고리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유수의 보안 회사에서도 재대로 된 솔루션을 내놓지 못한 미지의 분야였다. 다크웹은 사이트 주소를 알아내는 것 부터 수집과 분석까지의 모든 과정이 네트워크와 보안에 대한 고도의 기술을 요구한다. 어렵게 데이터를 모은다고 한들 복잡도와 다양성이 너무 커서 쉽게 손을 댈 수가 없다.

 

에스투더블유랩은 다크웹에서 데이터를 모으는 독자적인 기술과 더불어 이를 분석할 수 있는 교차분석엔진을 가지고 있다. 이 엔진을 이용해 끊임없이 바뀌는 다크웹 정보들의 미약한 연관성을 분석해 내기도 하고, 사라진 비트코인 지갑이나 부정한 거래내역, 신종 악성코드들과 이의 유포 경로를 찾아내기도 한다. 산재한 개별 데이터들로부터 불필요한 정보는 제거하고 중요 정보를 추출, 연결해 가치를 가진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팀이 지금은 특수 보안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스스로 ‘보안’을 강조하지 않는 이유도 자신들의 기술이 쓰일 수 있는 많은 분야 중 하나가 이 분야일 뿐이어서다. 결국 핵심은 엄청난 양의 노이즈 속에서 네트워크 상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연결하여 가치 있는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는 능력이다.

 

지금까지의 보안은 이미 해킹이나 유출등 사건이 벌어진 후에 대처하는 방식이었다. 에스투더블유랩의 접근은 달랐다. 불법 자금의 흐름과 거래자들간 접촉을 AI 엔진을 통해 살펴 범죄가 벌어지기 전에도 상당한 가능성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지능형 보안 체계를 지향한다.

 

게다가 생긴지 30년도 채 되지 않은 월드와이드웹의 초창기와 지금의 다크웹의 형태가 유사하다. 향후 다크웹이 주류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개인정보 보호나 탈중앙화, 검열 저항성 등 요즘 인터넷 사용자들의 가치관 변화에는 오히려 다크웹의 기술(익명네트워크)이 훨씬 잘 맞다. 이런 미래가 올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하니, 다크웹의 부작용을 제거할 수 있는 에스투더블유랩에 투자하겠다는 결심은 당연했다.

 

최근 에스투더블유랩은 35억 원 규모로 시리즈A 라운드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창업 1년만에 다크웹과 암호화폐를 주제로 세계적인 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하고, 다수의 국제 특허를 획득한 점, 인터폴의 공식 협력사로 선정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서 대표는 학창 시절부터 유머러스하고 유쾌한 후배였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 심각한 주제에도 웃을 수 있었고 그런 부분이 스타트업 대표로서도 큰 강점이라고 봤다. 그의 유머러스함은 지난해 상반기 블루포인트 데모데이에서도 빛을 발했다. 천 명이 넘는 관중이 집중하는 무대에서, 다소 무겁고 생소한 네트워크 보안 기술을 다루는데도 에스투더블유랩의 피칭 시간 동안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에스투더블유랩의 ‘에스투’는 두개의 S, 안전과 보안(safe, secure)을 의미한다. 이들이 만들어갈 더 안전하고 유쾌한 세상이 기대된다.

 

원문: [Tech & BIZ] “앞으로 인터넷 주류가 될 다크웹 분석·보안 기술, 한국 스타트업에서 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