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관 대표 기고 <이 스타트업에 나는 왜 투자했나> 01 페리지항공우주

2020-04-17

* 본 기고문은 조선일보 <이 스타트업에 나는 왜 투자했나> 시리즈에 연재한 글로, 조선일보의 동의 하에 전재함을 밝힙니다.

 

 

초기 투자자들에게 ‘삼촌들’이라는 별명을 붙인 스타트업이 있다. 초소형 우주 발사체를 개발하는 페리지항공우주(이하 페리지, 대표 신동윤)다. 2018년, 페리지를 처음 만나면서 ‘페리지 삼촌들’ 중 한 명이 됐고, 2018년 초기 투자에 이어 2019년 시리즈 A 후속 투자까지 함께 하며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페리지는 아직도 학부(KAIST 항공우주공학과)에 재학 중인 신동윤 대표가 중학생 시절 아마추어 로켓 동호회를 만들어 운영한 것을 계기로 싹을 틔웠다. 중학생 때 이미 데이터 센터 보안 알고리즘 서비스를 개발해 매각했을 정도로 남달랐던 소년은 우주에 매료됐다. 매각한 자금으로 해외에 나가 직접 만든 로켓을 발사해 보길 수 차례. 지금은 목표를 함께 하는 이들을 모아 어엿한 한 회사의 대표로 성장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창업한 이후 줄곧 우주 산업에는 관심이 많았다. 그러던 차에 소형 위성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인공위성이나 우주비행체를 소형화하려는 수요가 늘어나 시장이 재편됐기 때문이다.

 

흔히들 위성이라면 대형 로켓을 떠올린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대표적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큐브셋(CubeSate, 초소형 위성)이라는 가로, 세로, 높이 10cm의 초소형 위성이 등장하고 있는데, 제작 비용도 수천만 원으로 수천 억 원대 대형 위성에 비해 저렴하다. 생산 기간도 짧다.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저렴하고 작은 소형 위성은 편대를 구성해 전지구적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분 단위로 정보를 관측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민간 기업 주도의 소형 위성 개발이 활발해지는 이유다. 구글의 위성 영상 업체 테라벨라(Terra Bella)를 인수한 민간 지구 이미징 기업 플래닛 랩스(Planet Labs)는 이미 2014년 28개 큐브셋을 국제우주정거장에 배치했고, 지금까지 200개가 넘는 위성을 발사하기도(2018년 기준) 했다. 이 소형 위성들을 탑재하기 위해서는 소형 위성 전용 로켓 발사체가 필요하다. 페리지는 그것을 만들겠다고 나선 팀이었다.

 

페리지라면 이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저 척박한 우주 산업 환경에서 기특해서 투자한 것이 아니다. 신 대표는 이미 엑싯(매각) 경험이 있었고, 이후 함께 로켓을 개발하며 10대 시절을 보낸 친구들과 모여 회사를 만들었다. 역학이나 재료공학, 기계공학, 제어계측 분야 등 발사체를 만들기 위한 전문적인 지식들을 전방위로 쌓아가는 흡수력 좋은 팀이었다.

 

기술 뿐만 아니다. 기존의 로켓 프로젝트들을 두고 예산이나 소요 기간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페리지에 맞는 규모로 스케일 다운(scale down)해 계획을 짰다. 그렇게 프로젝트를 나누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좋은 추진력을 가지고 있었다. 로켓이라는 분야는 한 국가의 보안, 시험과 인증, 규제 등 다양한 이슈가 첨예하게 얽힌 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 대표와 당시 평균 연령 21살이던 이 젊은 팀원들은 관은 물론 각종 유관 기관과 이 문제들을 굉장히 잘 풀어나가는 모습들도 보여줬다.

 

어린 나이부터 우주에 ‘미쳐있던’ 팀 답게, 투자자들과도 재미있는 시간을 많이 보냈다. 아직 학부생이어서 낮에는 수업을 들어야 했던 신 대표를 기다리느라 카이스트 카페에서 ‘삼촌들’끼리 기다렸던 기억, “로켓을 아셔야 저희한테 투자하실 수 있다”며 건넨 로켓 교과서를 받았던 기억, 작업실에 방문했다가 “들어가시기 전에 별이나 같이 보고 가시라”기에 장비 챙겨서 함께 옥상에 올라갔다가 새벽 1시까지 잠도 못 자고 화성 관측했던 기억 등.

 

우주는 기회가 굉장히 많은 곳이다. 그러나 모험자본 투자라는 것이 우리 나라의 산업적인 연관성, 실용적인 관점이 중요하다 보니 가치 있지만 회수 위험이 큰 분야에 투자를 꺼려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큐브셋의 보급화를 중심으로 우주 산업에도 이제는 실용적 접근을 할 때가 됐다.

 

결정적으로 투자를 결정하도록 마음을 흔들었던 신 대표의 꿈, “프록시마 센타우리(지구에서 4.2광년 정도 떨어진 가장 가까운 별)에 제가 만든 발사체들을 보내고 싶다”는 것, “그 발사체들을 통해 프록시마에서 온 신호를 살아 있을 때 듣고싶다”는 것이었다. 이런 큰 꿈과 꿈을 이룰만한 역량을 가진 팀이 재편되는 우주 산업의 흐름을 탔다. 꿈을 함께 하고싶다는 것은 투자자로서 당연한 선택이었다.

 

페리지는 2021년 첫 발사 일정을 앞두고 있다. 페리지가 만들어갈 앞으로의 우주 산업을 기대해본다. ​

 

원문: [Tech & BIZ] 10대부터 로켓 만들던 대학생들의 꿈, 삼촌들 지갑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