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포인트 패밀리] “좋은 공간이 주는 행복을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똑똑한소비자(a.b.land) 이지혜 대표

2020-09-23

사는 집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의 고민의 시작은 ‘내 집이냐,아니냐’다. 자가주택이 아니라 전세나 월세로 지내는 사람들의 경우 고치고 싶은 부분이 있어도, 내 취향이 달라도 ‘내 집이 아니라서’ 큰 돈을 들여 인테리어하기를 주저하기도, 집주인 눈치를 보느라 포기하기도 한다.

 

공간별 서비스로 필요한 부분만 인테리어 할 수 있게 해 ‘누구나 좋은 공간이 주는 행복을 느끼게’ 하고싶다는 ‘에이비랜드(a.b.land)’ 서비스를 운영하는 블루패밀리 ‘똑똑한 소비자’의 이지혜 대표를 만났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했던 에어비앤비가 창업까지 이어진 이 대표와 에이비랜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a.b.land 홈페이지 (http://abland.kr/)

 

에어비앤비로 이직하고 싶었던 직장인, 셀프 인테리어에 빠지다

 

외국계 리서치 회사에 다니던 이지혜 대표를 인테리어 세계로 끌어들인 건 다름 아닌 2014년 한국에 진출한 에어비앤비(Airbnb)였다. 플랫폼 사업에 관심이 많던 이 대표는 에어비앤비로 이직하고 싶었단다.

 

하지만 경력직만 뽑는 에어비앤비의 채용 공고를 보니 어려울 것 같아, ‘그렇다면 내가 에어비앤비를 운영해서 이 포트폴리오로 이직을 해야겠다’고 전략을 수정했다. 이 대표의 어머니가 살고 계시던 집에 반지하 방 두 세대를 에어비앤비로 서비스해보기로 한 것이다.

 

월세가 저렴했음에도 노후화돼서 세가 안 나가던 두 집은 이 대표의 도화지가 됐다. 평일엔 회사에 다니며 주말마다 방을 바꿔 나갔다. 이 과정에서 셀프 인테리어에 눈을 떴다. 저렴하게 하려다 보니 셀프 인테리어 방법을 찾아보고, 을지로 등지를 돌아다니며 인테리어 가게 사장님들을 만나 장판이 먼저인지, 걸레받이가 먼저인지, 도배가 먼저인지, 조명이 먼저인지 배워가며 공사했고, 결과물도 꽤나 잘 나왔다.

 

이 대표가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기 위해 공사하기 시작한 반지하 방

 

셀프 인테리어로 완성한 이 대표의 에어비앤비

 

공사 비용은 총 500만원. 그렇게 이 대표가 주말 마다, 회사 쉬는 날마다 가꾼 공간은 월 300만 원 정도의 부수입까지 가져다 줬다. 1/10 정도였던 훨씬 저렴한 월세에도 나가지 않던 방에 손을 대면서 공간이 다시 태어난 과정, 그리고 그 과정 이후에 여행객들이 방문하면서 공간에 더 좋은 경험들이 쌓인다는 것을 직접 경험한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패스트트랙아시아에서 채용 공고가 났다. 컴퍼니빌더이자 벤처투자사로 자리매김한 패스트트랙아시아는 당시 공유 오피스 패스트파이브를 막 운영하기 시작했던 때였다. 위워크(WeWork)의 비즈니스에 매력을 느꼈던 이 대표는 패스트파이브를 보고 패스트트랙아시아에 조인했고, 비즈니스 애널리스트로 일하면서 자회사인 패스트파이브를 서포트하게 됐다.

 

패스트트랙아시아에서 신사업을 디벨롭하던 이 대표는 아예 패스트파이브로 조인해 현재 패스트파이브가 운영하는 공유 주거형 아파트 라이프 온 투게더 서비스를 초기에 디벨롭하게 됐다. 에어비앤비를 직접 인테리어하고 운영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라이프 온 투게더의 베타 테스트용 모델하우스를 디자인 하기도 했다.

 

회사에서 경험해본 인테리어와 공간에 대한 경험은 현업에 대한 갈증으로 이어졌다. 플랫폼 사업을 하고 싶었던 이 대표는 우선 인테리어 시장을 경험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사업자 등록을 하고, 홈 스타일링 업을 시작하게 됐다. 직접 공사한 과정을 사진 찍고 블로그에 남겼던 것이 계기가 된 것이다. 포털 사이트 메인에 올라갈 정도로 화제가 된 이 대표의 인테리어 기록을 보고 작업 의뢰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이 대표는 2년 여간 개인 웹사이트와 숨고 등 플랫폼을 통해 홈 스타일링 작업, 200평에 달하는 병원 인테리어나 약국 전체 공간 인테리어 등 포트폴리오를 쌓게 됐다.

 

 

왜 인테리어 가격은 그렇게 비쌀까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에서 커리어 전환까지 해낸 이 대표에게 남은 질문은 하나였다. ‘왜 인테리어는 그렇게 비쌀까’.

 

인테리어 비용은 대개 평당 100만원 선이다. 디자인 업체에 맡기려고 하면 300만원은 된다. 그러니 30평 기준으로 인테리어를 하면 3천만 원에서 1억 원은 써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디자인 업체에서는 어쩔 수 없이 보이지 않는 금액을 넣어 견적서를 줘야 이익을 볼 수 있는 업의 특성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인터넷에 정보도 많아지고, 소비자들은 덩달아 똑똑해지고 있다. 똑똑해진 소비자들은 인테리어 견적에 대해 꼼꼼히 알아보고 ‘반셀프’ 인테리어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공사할 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지에 대해 깊이 고민했고,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가격으로 인테리어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 ​

 

똑똑한소비자 이지혜 대표

 

그래서 처음 기획한 것은 ‘기술자 직거래 서비스’였다. 해외에는 기술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는 서비스들 중 자리를 잘 잡은 서비스들이 좀 있는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집을 직접 고쳐가며 사는 것이 보편화된 해외에서는 공정에 대한 이해도 높고, 원하는 공정을 특정 기술자를 찾아 해결하는 일이 빈번하다.

 

하지만 아파트 중심인 국내 거주 특성 상 문제가 있으면 쉽게 도움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서비스를 시도했던 곳들도 일찍이 피봇을 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공정별, 공간별 서비스’인 에이비랜드를 런칭한 것이다. 필요한 시공만, 공간 별로 나눠 할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다.

 

에이비랜드가 처음 내놓은 ‘욕실 기획전’도 그렇게 탄생했다. 욕실은 인테리어 중에서도 특히 어려운 공간으로 꼽힌다. 욕실의 경우 철거와 방수, 타일, 도기, 액세서리, 조명, 천장 등의 단계가 모두 따로 진행되고, 각각의 전문 기술자가 다르기 때문에 공정을 제대로 하고싶을 경우 각각의 전문가를 모두 섭외해야 한다.

 

또 어렵게 이 모든 기술자를 섭외해도 A/S 이슈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개인 소비자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다. 세입자의 경우 디자인 업체에 요청해 남의 집에 큰 돈을 들이기도 부담스럽고, 그저 최소한의 비용으로 살 만 하게만 바꾸고 싶은 경우가 많다. 이 틈새를 공략했다.

 

에이비랜드의 욕실 기획전

 

에이비랜드를 통해 재탄생한 욕실들

 

또한 인테리어 기술자 업계는 (자격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실력에 따라 그룹이 나뉜다. 소위 말하는 굉장히 실력있는 A급 기술자들의 경우 항상 일이 많고, 개인 소비자와는 작업하지 않는다. 하지만 매건 거래 업체에서 일을 받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일이 몰릴 때는 굉장히 바빠도 일이 없을 때는 한가할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안정적으로 일을 제공한다면, 소비자들은 더 좋은 기술을 가진 기술자들에게 공사를 맡길 수 있다. 중간에 에이비랜드가 기술자와 소통해주기 때문에 기술자들 또한 소비자와 직접 닿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했기에 소비자의 니즈를 잘 알고, 홈 스타일링 개인 사업을 하면서 좋은 기술자 풀을 확보한 이 대표는 양쪽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해결하는 서비스를 구상할 수 있었다.

 

 

 

좋은 공간이 주는 행복을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미지의 세계에 떨어진 앨리스(alice in wonderland)처럼, 생소한 인테리어 시공자들의 세계에(builderland) 떨어진 초보 인테리어 소비자라는 컨셉으로 지은 서비스 명 a.b.land(alice in builderland).

 

에이비랜드의 다음 기획전은 ‘주방 기획전’이 될 예정이다. 이후 순차적으로 공간을 커버할 계획이다. 또한 최근 원룸 등에 사는 1인 가구 등을 대상으로 ‘원룸 욕실 반 셀프 인테리어 상품’도 기획해 출시했다. 페인팅 등 직접 할 수 있는 부분과, 기술자가 개입해야 하는 부분을 나눠 더욱 저렴하게 다가가려는 취지다.

 

에이비랜드는 서비스 자동화를 꿈꾸고 있다. 현재 현장 감리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이슈를 수집한 후, 추후에는 기술자와의 커뮤니케이션만으로도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인테리어를 공간에 그대로 구현해주는 것이 목표다.

 

마케팅을 하지 않음에도 꾸준히 들어오는 작업 요청 덕분에 쉴 틈 없지만,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마케팅에 속도를 내고는 있지 않다는 이 대표.

 

2019년 12월, 블루포인트의 초기 투자를 시작으로 최근 정부지원사업과 씨앤티테크로부터의 추가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블루포인트로부터 투자받았다는 사실이 후속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된 것 같다는 이 대표는 그 외에도 서비스 라인 구상 등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다. 에이비랜드는 내년도 수도권 전역으로 서비스 확대를 목표로 성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과거에는 인테리어가 돈이 많아야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었다”며 “그저 자신이 오래 머무는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고, 자신을 리프레쉬하는 부담 없는 (하지만 가장 효과적일 수 있는) 수단으로 인테리어를 바라보길 바란다”고 했다.

 

‘좋은 공간이 주는 행복을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이지혜 대표. 에이비랜드는 오늘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주거 공간에 행복을 채워넣는 고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