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포인트 패밀리] “운전석엔 내비게이션 음성, 조수석엔 음악, 뒷좌석엔 아기상어… 새로운 음향 공간감 만들겠다” 에스큐그리고 이종화 대표

2019-08-22

에스큐그리고는?

 

에스큐그리고는 소리를 원하는 위치에 모아 해당 위치에서만 특정 소리가 들리도록 ‘독립 음향 공간’을 만드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보유한 회사다. 물리적인 방음벽을 두거나 스피커로 둘러싸는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소리를 모으고, 소리 크기 간 차이를 만들어 각 청자의 위치에서는 원하는 특정 소리만 들리게 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먼저 자동차 내부에 적용하는데 집중했다. 운전석에서는 내비게이션 음성, 조수석에서는 음악, 뒷좌석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영상 소리 등 좌석 별로 각각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는 시연 영상을 통해 2018년도 블루포인트 데모데이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에스큐그리고는 음향학 분야의 권위자인 김양한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은퇴하면서 기술을 카이스트로부터 이전받아 2015년 4월 교원창업한 회사다. ‘기술이 좋은 건 맞는데, 돈을 버는 일은 다른 영역이더라’는 것을 느낀 김 교수는 블루포인트의 조언에 힘입어 이종화 대표와 박준영 부사장을 영입해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현재 김 교수는 자문회의 의장을 맡고 있다.

 

블루포인트와의 인연은 투자 이전으로 훌쩍 거슬러 올라간다. 블루포인트 이용관 대표가 약 2년 간 개인적으로 김양한 교수와 만나며 멘토링 해왔다. 블루포인트가 기술 창업팀들에 늘 강조하는 ‘시장에 맞는 기술’을 찾는 과정이었다.

 

이후 2017년, 회사의 모습을 갖추게 된 에스큐그리고는 블루포인트로부터 투자 유치, 팁스 프로그램 선정, 블루포인트-LG디스플레이 협력 ‘드림플레이’ 프로그램 최우수상 수상 등을 거쳐 최근 완성차 업체에 다수 들어가는 한 유명 음향 업체와의 첫 계약을 성사시켰다.

 

블루포인트에서 에스큐그리고를 담당하는 김두성 이사는 “에스큐그리고의 기술을 활용하면 창의적이고 흥미로운, 상상으로만 가능하던 일들을 현실화할 수 있다고 본다”라며 “그런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필요한데, 에스큐그리고는 자동차 분야 같은 전통 산업에서 검증을 뚫고 인정받은 저력 있는 회사“라고 말했다.

 

 

교원 기술 창업, 그리고

 

에스큐그리고가 지나온 교원 기술 창업, 그리고 비즈니스화의 과정은 그 자체로 의미있는 사례인 것 같다.

김양한 교수님이 은퇴하시면서 기술이전 받아 창업하셨다. 하지만 교수직에만 계시다보니 어디서 무엇으로 돈을 벌어야 할 지가 고민이셨다더라. 그래서 음향을 전공했고 이 기술을 봐왔던 내가 여기서라면 해볼 거리가 많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교수님과 마음이 통해 합류하게 됐다.

 

원래는 어떤 일을 하셨나.

소음 진동과 관련한 엔지니어링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에스큐그리고에 합류하면서 함께 있던 직원들을 다 이쪽으로 투입시켜서 팀을 만들고 시작했다. 사실 그때까지도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박준영 부사장님을 영입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이 구체화됐다.

 

우리가 (스피커를 통해) 소리를 내는 일을 한다면, 부사장님은 소리를 담는 마이크로폰과 관련된 일을 하던 분이다. 우리한테 그걸 팔러 오셨었는데, 데모를 듣고 함께 하고 싶다고 하셨다. 엑싯 경험도 있는 분이다. 마침 그때 (블루포인트) 김두성 이사님이 CSO 역할을 할 분을 꼭 모시라고 조언해주셔서 합류하셨다.

 

시행착오는 없으셨나.

처음에는 AR, VR 음향 분야, 전시관에서 관중이 해당 위치에서만 소개를 들을 수 있게 하는 것, 러닝머신에서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고도 음악이 들리게 하는 것 등 여러가지 테스트를 해봤다. 초기 IR 자료도 그런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때 이용관 대표님이 “좋은데, 그래서 그걸 누구에게 팔 건지, 제품은 소프트웨어인지 스피커인지”를 많이 물어보셨다. ​ 그런데 우리는 기술만 생각하다보니 “글쎼요” 하는 대답밖에 못 했다. 시장에 맞는 기술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사명을 바꾸셨다. 계기와 뜻이 궁금하다.

원래 사명이 ‘사운드볼’ 이었다. 그런데 너무 제품명 같기도 하고, 중국 제품 중에 볼 형태의 블루투스 스피커 제품이 있다더라(웃음). 에스큐그리고의 에스큐는 우리 기술의 이름인 음향 공간 보정(Spatial Sound Equalizer)에서 S와 Q를 딴 것이고, 그리고는 말그대로 ‘그리고’다. 우리 기술이 어디에나 붙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그리고’를 붙였다. 에스큐그리고 구글, 에스큐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뭐 이런 식으로 응용할 수 있다(웃음).

 

(좌) 블루포인트파트너스 김두성 이사 (우) 에스큐그리고 이종화 대표

 

기준이 없는 분야를 개척한다는 것

 

그 과정을 거쳐 집중하는 분야가 자동차다. 자동차 시장을 처음 공략하기로 한 계기는.

우리가 가진 기술의 개념 자체는 좋은데 한계가 좀 있었다. 물리적으로 스피커가 많이 필요할 때도 있었고, 전시회장 같이 개방된 공간에서는 적용하기 힘들기도 했다. 그 한계를 보완할 수 있었던 적용 분야가 자동차 내부였다. 공간이 한정돼 있고, 좌석이 정해져 있어서 청자가 움직이는 경우가 제한적이다. 또 요즘은 자동차 내부에 스피커가 기본적으로 다수 탑재돼 있어 소프트웨어에만 신경 써도 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봤다. 자동차 시장이 크니까 이왕이면 큰 시장으로 가야 수월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자동차 산업에서 오디오 시장 전망에 대한 확신이 있는 것 같다. ‘스토리 만들기’ 조언을 했던 입장에서, 김두성 이사님은 어떻게 보시나.

(김) 잘 맞는 시장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자동차의 주행 및 안전과 관련한 퍼포먼스는 그 발전 단계가 이미 극에 다다랐다고 본다. 이제는 자동차 내부에서 인포테인먼트, 탑승자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중요하다.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더욱 그렇다.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얼마나 잘 보내느냐의 싸움이다. 이제까지는 뒷좌석에 디스플레이를 어떻게 달 지 이야기가 많았다. 그러다 사운드로 논의가 넘어오던 시기가 에스큐그리고가 자동차 시장 접근을 기획했던 때다. 완성차 회사들도 하드웨어를 건드리는 것에는 거부감이 있지만 소프트웨어의 접근으로 몰입감 있는 사운드를 구현할 수 있다고 하니 관심 가질 수밖에 없다. 좋은 선택이었다.

 

TV 시장 도전도 흥미롭다. 블루포인트와 LG디스플레이가 함께 한 ‘드림플레이’ 프로그램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당시에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진동판을 활용해 화면에서 소리나는 기술에 입체 음향을 구현하는 목표를 언급했다.

TV 시장이 달라지고 있는 부분에 집중했다. TV는 점점 커지고 베젤은 점점 얇아지는데, 소리는 뒤나 옆, 아래에서 나온다. 우리는 앞에서 보는데 소리가 나오는 위치가 다른 것이다. 작은 TV에서는 전혀 문제가 안 되지만, 화면 크기가 커지면 문제가 생긴다. 우리 기술을 이용해 화면 자체에서 소리가 나면 느낌도 좋고, 우리의 기술이 소리의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일이니까 시청자에게 입체감을 줄 수도 있다. 물론 TV와 함께 사운드바 등의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보니 제품군 간 충돌 문제가 있어 다음 단계를 논의하는 중이다.

 

음향 공간감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하신다는 게 에스큐그리고 기술의 특장점이다. 어려움이 있다면.

소리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분야다. 이를테면 까만 볼펜에서 회색 잉크가 나오면 불량이라는 게 명확하지 않나. 소리는 사람이 듣는 거고, 우리는 소리의 크기 차이를 만들어서 안 들리는 느낌을 내는 일을 한다. 그런데 물리적인 방음벽을 만들지 않다보니 잘 들으면 들릴 수밖에 없다. 듣는 사람마다 느낌이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같은 데모를 경험하고도 어떤 사람은 들린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훌륭하다고 한다.

 

B2B 계약을 위해 기업을 만나도 마찬가지다. 이 기업 엔지니어들이 느끼는 것, 저 기업 엔지니어들이 느끼는 것이 다르다. ISO나 KS에 어떻게 측정해서 어떤 수치가 나오면 된다는 기준이 있으면 좋을텐데, 그게 가장 어려운 점이다. 그러다 보니 “돌비에 비해 어때요” 같은 질문을 수도 없이 받는다(웃음).

 

에스큐그리고가 상상하는 새로운 음향 공간의 미래

 

지난해 블루포인트 데모데이 무대, LG디스플레이와의 드림플레이 무대에 서면서 많은 집중을 받았다. 이후 1년, 그때의 씨앗들이 조금씩 빛을 보고 있나.

림플레이에서 수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블루포인트 데모데이에 섰다. 그 덕분에 LG그룹의 다른 계열사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줬다. 덕분에 LG전자와 CES에도 함께 가서, ‘미래 자율차’ 컨셉으로 퍼스널 전시를 할 수 있었다. 최근에 첫 계약을 진행한 음향 업체와의 인연도 그랬다. 이전까지 논의를 해오긴 했는데, 해당 기업 CEO가 CES 부스에 방문해 데모를 체험해보고 결국 계약이 성사됐다. 큰 소득이었다.

 

에스큐그리고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이어폰과 헤드폰을 없애는 기술’, ‘누구나 카네기홀에 있는 것처럼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는 기술’을 만드는 회사. 지금까지의 음향 회사들이 재료를 가지고 음식을 만들어서 우리에게 줬다면, 우리는 음식을 알아서 만들게 재료를 주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카네기홀에서처럼 음악을 듣고 싶다고 느끼면 그렇게 공간감을 조정해보고,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없에도 여럿이 함께 있는 공간에서 나만의 소리를 듣고 싶다면 그걸 도와주고 싶다. 그러면 상상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다.

 

 

앞으로의 목표는.

가산을 탕진하는 몇 대 취미 중 꼭 꼽혔던 게 ‘음향’, ‘오디오’다. 특정한 공간에, 그 공간에 맞춘 하드웨어를 정확하게 설치해서 수치로 표현 안 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거라 비싸고 사치스러운 취미였던 것이다. ​ 그 경험을, 우리는 물리적인 제약을 뛰어 넘어 만들어주고 싶은 거다.

 

비싸지 않은 스피커 여러 대를 이용해도 앞서 말한 ‘카네기홀’에서 처럼 몰입감 있는 사운드를 만들 수 있으니까. 첫 계약을 성사시킨 만큼 잘 발전시키는데 집중하고, 이를 통해 많은 부분이 표준화되면 어떤 기준을 마련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