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포인트 패밀리] “까다롭게 만들어야 멀리 간다” 제이랩코스메틱 정은경 대표

2019-07-04

제이랩코스메틱은?

 

제이랩코스메틱(이하 제이랩)은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포트폴리오사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띈다.딥테크 스타트업에 중심을 두고 투자와 육성을 해온 블루포인트가 ‘뷰티, 코스메틱’ 분야에 투자한 사례이며, 블루포인트 포트폴리오사 중 드물게 소비자를 직접 만나는 제품을 만드는 스타트업이어서다.

 

블루포인트와 제이랩의 인연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블루포인트와 헬스, 뷰티 분야 대표 기업인 코스맥스, 온오프라인 유통 전문기업인 GS리테일과 인터파크, 녹십자웰빙, 그리고 VC인 인터베스트와 금융투자사 삼성증권이 체결한 ‘헬스케어&뷰티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MOU’에서 시작된 ‘같이! 같이!’ 프로그램에 제이랩이 선정된 것.

 

정은경 대표가 20여 년간 국내외 톱스타들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쌓아온 전문성, 누구나 쓸 수 있도록 순한 성분으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제품 기획과 연구 개발에 집중하는 까다로운 철학 덕분이었다. 현재 제이랩은 10대와 20대 초반을 타깃한 기초 라인 누밍크와 20대 후반, 30대 초반을 겨냥한 중고가의 색조 라인 분랩을 런칭한 상태다.

 

‘같이! 같이!’ 선정 후 1년, 제이랩은 어떻게 성장했을까. 블루포인트에서 제이랩을 담당하는 바이오/헬스 분야 전문 경혜원 심사역은 “워너비 스타들의 컨셉을 따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매월 잡지가 나오고, 매 순간 콘텐츠가 나오는데 그 모습이 제품화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제이랩은 그 트렌드를 직접 만들고, 한 발 앞서 보기 때문에, 그 부분을 혁신할 수 있는 팀“이라고 말했다.

 

제이랩코스메틱의 누밍크, 분랩 제품들

 

순한 원료로 좋은 캔버스를 만든다

 

연예인들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다가 창업했다.

우리나라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제품을 직접 런칭하기 시작한 게 10년 좀 넘었다. 홈쇼핑 위주로 유명 샵 원장님들이 제품을 냈다. 내가 모시던 분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실무에서 제품 기획에 참여할 기회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만 낼 수 있는 색을 가진 제품들을 만들고 싶었다. 여러 곳에서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내 철학을 담은 제품을 만들지 못할 것 같아서 창업을 결심했다.

 

그렇게 6년이 걸렸다. 구체적인 준비 과정이 궁금하다.

화장품 제조사가 많지만 각 제조사마다 잘 만드는 품목이 다르다. 그런 정보를 파악하고, 제품을 기획했다. 하지만 창업 전이었으니 미팅을 요청해도 어려움이 많았고, 가면 말도 안 되는 금액을 부르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그래도 창업하고, 투자받고 이 과정을 진행하면 내 캐릭터를 못 살릴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었다.

 

그 ‘캐릭터’가 무엇이었나.

당시엔 지금처럼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작업이나, 함께 한 유명인들과의 작업을 알리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뷰티 크리에이터나 인플루언서의 영향력도 없었다. 나도 그렇게 알리지 않았는데, 작업 과정에서 내가 선택한 색감이나 ‘이런 제품 나오면 좋겠다’고 했던 것들이 광고주 쪽에서 금세 제품화돼 나오는 것들을 지켜보면서 내 아이디어나 감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또 한 시즌에 나오는 여러 가지 신제품을 조합해 잘 팔리도록 디벨롭하는 것이 일이다 보니, 이 정도 기획력이라면 내가 만드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때 냈던 아이디어 중에 ‘파운데이션 쿠션’도 있었다. 몇 년 후에 그 제품이 출시되고 붐업하는 걸 보면서 ‘그때 했어야 했는데’ 했다.

 

쉽게 메이크업 아티스트 브랜드라고 하면 색조 제품을 먼저 만들 거라고 상상하게 된다. 제이랩은 기초 제품에 먼저 집중했다.

그림을 잘 그리려면 캔버스가 깨끗해야 하지 않나. 메이크업도 마찬가지다. ​ 피부가 깨끗하지 않으면 어떤 색조를 얹어 놔도 깔끔하지가 않다. 그래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면서 늘 피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화장품 광고 작업을 하면, 모든 브랜드가 가장 강조하는 것이 ‘내추럴 스킨’, ‘우리 제품을 써서 내추럴 스킨’이다. 그러니 기초 제품부터 출시한 건 당연한 순서였다.

 

메이크업 중인 제이랩코스메틱 정은경 대표

 

마스크팩 200장을 테스트한 뚝심,

동물성 원료는 쓰지 않는다

 

마스크팩은 에센스 함량을 많이 강조하더라.

에센스 함량을 강조하는 건 사실 원가를 아끼지 않았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더 중요하게 여기는 건 에센스 용량보다 텍스쳐다.

 

보통 마스크팩에 들어가는 에센스는 흐르는 제형이다. 그런데 보통 그런 제형은 피부가 예민한 사람들이 사용하면 휘발되면서 피부에 더 안 좋다. 그런 부작용을 최소화하려고 젤리같이 쫀쫀한 에센스를 선택했다. 여러 인종의 사람들을 메이크업해보면서 피부 특성에 따라 메이크업이 잘 안 되는 경우를 봤다. 그래서 조그만 시트나 솜에 점성 있는 에센스를 적셔서 얹어보기도 했다. 그런 경험이 점성 있는 에센스를 사용한 마스크팩 기획에 도움이 됐다.

 

구체적인 기획 과정이 궁금하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피부가 굉장히 예민한 편이다. 내가 쓸 수 있는 화장품이면 웬만한 사람들에겐 다 맞다. 그래서 국내 출시된 제품이 약 200가지 정도 되는데, 그걸 잘라서 얼굴에 반반 씩 붙여가며 반응 없는 성분이 뭔지, 시트는 어떤 건지 찾느라 첫 생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테스트하느라 얼굴도 내내 뒤집어져 있었다. 그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 제조사도 세 번 정도 바꿨다.

 

제조사에서도 어려워했겠다.

싫어했다(웃음). “저희 연구원들이 테스트했을 땐 괜찮았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많았다. ​ 그래도 나는 내 얼굴에 못 바르는 건 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다행인 점은, 제조사에서도 아티스트가 만든 브랜드는 까다롭다고 인지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장점이다. 첫 미팅부터 내가 까다로울 거라고 생각해주시니까. 게다가 피부까지 예민하다고 했고.

 

제이랩코스메틱의 누밍크 마스크팩. 예민한 피부에도 적합한 원료로 만들었다.

 

미국 동물보호단체 리핑버니와 환경단체 EWG에 등록 신청했다.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부분을 강조하는 브랜드다.

지금은 세상을 떠나서 없지만 반려견을 오래 키워 애정이 남달랐다. 토끼에게 마스카라 실험하는 영상을 보고 절대 저렇게 동물을 학대하는 원료나 동물성 원료(동물에게서 얻는 성분 중 사람 피부에 유효한 원료. 동물을 직접 사육 혹은 죽여 채취하는 일부 원료도 포함한다.)는 사용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이 실제로 사람의 피부, 민감한 피부에도 좋은가.

아무래도 식물, 자연 유래 원료가 피부에 덜 자극적인 부분은 있다. 또 동물성 원료의 경우 방부라든가, 성분이 꼬이지 않도록 화학 첨가물을 더 많이 쓰기도 한다. 피부가 좀 타거나 예민할 때 오이 갈아서 올리던 민간요법도 있지 않나. 그런 원료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인지 제품에 ‘새싹’을 활용했다.

씨앗은 집에서 재배해도 발아하고 일주일만에 자라지 않나. 생명력도 강하고,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물, 공기, 햇빛만 있으면 어디서든 자라지 않나. 그런 특성이 브랜드 이미지와도 잘 맞다고 생각했다.

 

 

‘같이! 같이!’ 만들어온 제이랩의 1년

 

블루포인트와 인연이 됐던 ‘같이, 같이’ 프로그램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아무래도 스타트업이다 보니까 여러 지원 사업들을 찾아본다. 주관사들이 모두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어서 크게 기대를 안 했는데 좋은 기회가 닿았다.

 

블루포인트의 이승우 이사님과 경혜원 심사역님이 저희 직원이 늘어난 것처럼 세심하게 챙겨주셨다. 사소한 고민부터 “이런 곳에 입점할 수 있을까요”하고 편하게 물어보면 바로 알아봐 주시고, 피드백을 주셨다. 프로그램 주관사였던 GS리테일을 통해서는 랄라블라에 입점할 수 있었다. 새로 출시한 브랜드로서 빅 모델을 쓰지 않고 마케팅하는 것이 쉽지가 않은데, 이런 스토어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굉장한 행운이다.

 

KCON에서도 성과가 좋았다.

케이콘에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선정됐다. 행사의 목적이 한국의 문화 콘텐츠와 패션, 뷰티 제조기업의 해외 진출을 연계한 행사여서인지 400여 개 업체 중 30개에 뽑혔다. 지난해에는 마스크팩과 톤업크림이 주력 상품이어서 메이크업 쇼를 했고, 올해는 색조 제품 출시에 맞춰 직접 판촉 했다. 그러다 보니 판매고가 좋았고, 다른 부스에서도 궁금해했다. 특히 일본 시장의 경우 구매력이 있는 20대 후반, 30대 초반 여성들이 중고가의 인디 브랜드 화장품을 선호해 우리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 최근 카카오 메이커스 플랫폼에서 오픈한 립 제품도 성공적으로 마감됐다. 첫 수량을 이틀 만에 완판 했다. 카카오 메이커스의 경우 마케팅 없이 제품 소개만 보고 구매하는 거라, 소비자 반응을 볼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이다. 오픈한 색상 중에 어떤 것이 반응이 좋은 지도 볼 수 있다. 향후 마케팅과 접목하면 어느 정도 반응이 올 거라는 예측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오픈 전 타깃한 부분과 어느 정도 일치했나.

색조 제품인 분랩의 경우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소비자를 타깃으로 했다. 중고가의 인디 브랜드로 가지고 다니기에도 멋진 브랜드가 목표다. 그 부분을 맞췄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제이랩코스메틱의 색조 라인인 분랩의 립 제품 상세 페이지.

아티스트 브랜드라는 특징을 살려 제품을 활용하는 방법을 공개한다.

 

제이랩은 트렌드를 먼저 본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출신으로서 갖는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인가.

어떤 연예인과 작업했다는 점을 자랑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 작업을 통해 시즌 트렌드를 미리 만드는 건 자랑하고 싶다. ​ 가수든, 배우든 새로운 모습으로 작품 하거나 앨범을 낼 때 미리 보고, 컨셉을 보지 않나. 그리고 그 캐릭터를 잡고 준비하는 직업이다.

 

올해 컬러가 ‘리빙 코랄’이라고 해서 내는 게 아니라, 그 리빙 코랄의 이미지를 올해의 트렌드, 룩으로 제시할 수 있다. 메이크업과 스타일이 함께 가는 거다. 한두 해 해봤으면 몰랐을 텐데, 메이크업을 20년 해보니까 보이는 거다. 추후엔 우리가 먼저 제시하는 색을 다른 브랜드가 따라 할 수 있도록 키우고 싶다.

 

긴 준비 기간을 거쳐 창업했다. 창업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다면.

준비도 쉽지 않았고, 지금도 쉽지 않지만 알아봐 주는 소비자들 덕분에 힘이 난다. 지난해 케이콘에서 우리 제품을 구매했는데 일본에 입점하지 않아서 올해 케이콘에 구매하려고 찾아왔다던 고객이나, 중국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제품을 보냈더니 “이미 (중국에서 막혀있는) 인스타그램에서 봤다”고 말했을 때. 아직 큰 회사는 아니지만 롱런은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한 번 구매하고 잊히는 브랜드가 아니라 저희 브랜드의 신상품을 기다리는 팬덤이 많은 브랜드가 되는 것. 단순히 유명한 모델을 기용해 모델에 대한 팬심으로 구매하고 재구매율이 떨어지는 브랜드는 원하지 않는다. 코스메틱계의 BTS가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