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포인트 패밀리] “우리는 ‘딥테크 기업’,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 비플렉스 정주호 대표

2019-05-24

비플렉스는?

 

비플렉스(Beflex)는 독자적인 바이오메카닉스(biomechanics) 기술을 활용해 러닝(running) 중 인체 변화를 감지하고 분석하는 ‘바이오메크엔진(BiomechEngine)’을 개발한다. 비플렉스의 칩이 장착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사용하면 운동 중 보폭이나 고개의 각도 변화, 좌우 균형, 발이 벌어진 각도, 부상 위험도 등을 측정할 수 있다.

 

비플렉스는 카이스트에서 함께 공부한 세 명이 시작했다. 생체역학연구실 동료였던 정주호 대표와 정창근 CTO, 과학기술정책대학원에서 공부하던 학부 동기 박대인 CMO가 박사과정을 멈추고 뛰어들었다. ‘무엇을’ 하겠다는 계획보다 ‘무언가를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창업이었다.

 

그때 블루포인트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아이템도 없이 무작정 찾아간 카이스트 박사과정 세 명은 블루포인트와 함께 리서치, 인터뷰를 진행하고 블루포인트로부터 조언을 얻었다. 역량있는 예비창업자를 만나 창업을 ‘기획’한다는 블루포인트의 철학이 빛을 본 사례이기도 하다.

 

이후 성장한 비플렉스는 해외 유명 음향 브랜드인 소울일렉트로닉스, JVC와 협업해 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바이오메크엔진을 통해 쌓인 운동 데이터를 이용한 비즈니스도 준비하고 있다.

 

 

박사과정을 그만둔 창업, 블루포인트와의 만남

 

박사과정을 그만두고 창업했다.

처음부터 아이템이 있어서 창업을 생각한 건 아니었다. 박사과정 중에 연구실 생활이 우리가 앞으로 하고싶은 일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직접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 를 세상에 내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친구들끼리 기업이나 제품 트렌드를 스터디했다. 세상 돌아가는 것 좀 알자는 취지였다. 그러다 보니 직접 해보자는 얘기까지 된 거다.

 

아이템도 없이 창업을 결심할 수가 있나.

막연히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정체성이 없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럼 창업을 어떻게 해야 하지?’ 궁금해졌다. 그러다 주변에서 블루포인트에 대해 듣고 무작정 찾아갔다. 아직도 기억난다. 카이스트 박사과정 세 명이 찾아간다니까 어느 정도 사업 개발이 돼 있을 줄 알았던 것 같다. 블루포인트의 거의 모든 구성원이 노트를 들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냥 찾아 간 건데.

 

그래서 “우린 이런 사람들이고 창업하고 싶은데 기술 창업에 대해 잘 아신다기에 물어보러 왔다”고 했다. “아직 할 건 없고 알아보고 있다”고도. 황당해하셨다. 이후 블루포인트와 계속 커뮤니케이션하며 많은 조언을 받았다. 김용건 부사장님과 거의 매주 만났다. 그 시간 동안 처음 구상한 아이템에서 지금까지 발전시킬 수 있었다.

 

처음의 아이템에서 많이 달라졌나.

음향 관련 아이템을 먼저 생각했었다. 그러다 우리의 핵심역량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딥테크 기업일까,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제품을 만드는 기업일까 생각했다. 그러다 우리 스스로를 ‘딥테크 기업’으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운동 자세 코칭 솔루션을 생각하게 됐다.

 

일본 음향 업체 JVC와 비플렉스가 협업한 제품

 

 

블루포인트와 나눈 이야기, 피벗 과정이 궁금하다.

법인을 설립하던 2016년 4월 무렵, 처음 블루포인트에서 엔젤 투자를 받았다. 그때부터 웨어러블 운동 자세 코칭 B2C 분야로 시장조사를 하면서 아이템을 발전시켰다. 그 과정에서 자세 데이터를 바탕으로 운동에 대해 보이스 코칭을 해주는 귀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사업을 하겠다고 결정했다. 이후 2016년 10월 TIPS 프로그램에 선정될 무렵 블루포인트로부터 또 한번 초기 투자를 받았다. 그때 키스톤브릿지를 파트너로 만나 현재의 B2B 모델로 피벗하게 됐다. (2018년 6월, 비플렉스는 블루포인트와 네오플럭스로부터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한다.)

 

학업을 중단하겠다는 결정이 어렵지는 않았나.

사실 고민 안했다. 도피도 아니었고, 억지로 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더 좋은 일을 하고 싶어서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박사과정 2년을 했든, 3년을 했든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내게는 학업보다 내가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는 게 중요했다.

 

딥테크 스타트업의 B2B 비즈니스, 그리고 CES

 

올초(2019년 1월) CES에 다녀왔다. 2018년 CES에서는 비플렉스의 칩이 탑재된 제품이 ‘CES 2018의 가장 흥미로운 피트니스 기술 혁신 7’에 선정되기도 했다.

글로벌 비즈니스하는 사람들에게 CES는 고객사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우리도 우리의 고객사인 소울일렉트로닉스(이하 소울)의 부스에 함께 참여했고, 고객사를 만나기 위해 다녀왔다. 특히 (협업 중인) 소울이 다른 기업들에게 우리를 소개해줬다.

 

왜 소울이 적극적으로 도와준 건가.

이어폰이나 헤드폰 제조업계는 화장품 업계와 비슷하다. 100% ODM과 OEM이고, 우리가 아는 기업들은 브랜딩을 하는 곳이다. 우리 기술이 탑재된 이어폰은 기존에 없던 시장을 노리는 것 아닌가. 이 경우 소비자에게 너무 새로우면 오히려 안 좋다. 소울이 독점하는 건 불가능하고, 시장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파이를 키우는 것이다. 우리가 많이 생산해서 단가가 낮아지길 소울도 바라고 있기 때문에 시장을 같이 개척한다는 의미다.

 

2018 CES Showstoppers 마케팅 행사에 참여한 비플렉스 정주호 대표(왼쪽 첫 번째)와 파트너들

 

소울이라는 첫 고객사 확보가 비플렉스에게 매우 중요했을 것 같다.

처음에는 우리가 B2C로 엔드프로덕트를 직접 만드려고 했었다. 하지만 생산이나 마케팅, 애프터서비스 등 신경써야 할 요소가 너무 많아 스타트업으로선 하기 어려운 모델이라는 걸 알게 됐다. 스스로 사업 개발, 영업, B2B 계약과 협상 등에 경험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그 부분을 잘 하는 파트너를 적극적으로 구했다. 소울의 경우 큰 브랜드지만 도전적이다. 피트니스 라인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쪽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이어폰을 만들고 싶어해 우리와 잘 맞았다.

 

CES 등 박람회에서의 만남이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라면.

결국 우리가 얼마나 준비돼 있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명함과 팜플렛을 받고 끝낼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권자까지 연결돼야한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많으면 된다. ‘너희 회사를 통해서 우리가 이런 것을 할 수 있다’ 정도 구체화가 돼있을 수록 좋은 것 같다. 일부러 찾아온 티가 나야 한다. 나도 배우고 있다.

 

Beflex의 핵심 역량, 테크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

 

스스로 ‘딥테크 기업’으로 정의했다고 했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건 결국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비전과 미션에 대해 내부에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우리는 딥테크 기업으로 기술 기반의 제품과 서비스로 가치를 창출하는 회사고, 우리가 가진 핵심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개발하고 유지해야 한다고 정했다. 적어도 우리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바이오메크엔진을 통해 쌓인 데이터를 사업화할 계획이 있다고 들었다.

데이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기존의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제공한 만보기 수준의 운동량과, 기록 측정에서 나아가 어떻게 운동했는지에 대한 ‘퀄리티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아직은 더 발전시켜야 하지만 이런 데이터에 대해 맞춤형 트레이닝 서비스를 만드는 영역이나 스포츠 브랜드 등에서도 수요가 있다. 의료나 재활 쪽으로도 확장 가능하다고 본다.

 

비플렉스의 기술이 적용된 소울 사의 런프리프로바이오 이어폰 ​

 

앞으로의 계획은.

매출이 아직 나지 않았던 2018년 6월에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지금은 매출이 나기 시작했고, 시리즈A 투자 받을 때 이야기했던 우리 모델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매출을 높이고, 유저를 확보한 이후 우리의 데이터로 비즈니스를 자리잡게 만드는 일이다.

 

소울과 협업한 무선 이어폰인 ‘Blade’가 올해 안에 출시될 계획을 가지고 인디고고에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무선 이어폰이 이미 대세를 탔다고 본다. 앞으로 점점 시장이 커질 거라고 확신한다. 이번 제품 출시를 통해 다른 무선 이어폰 브랜드들과의 협업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