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포인트 패밀리] “식물이 가장 잘 자라는 빛을 만들고 싶다” 쉘파스페이스 윤좌문 대표

2019-03-29

쉘파스페이스는?

 

윤좌문 대표는 최적화 분야 전문가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석유화학, 미생물, 에너지, 물 등 다양한 분야에 최적화 기술을 적용해왔다. 그런 그가 ‘최적화 기술’로 창업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대기업에서 일하다 동료들과 창업을 결심했고, 식물의 생장을 그 대상으로 정했다.

 

윤 대표는 식물의 생장 단계별로 필요한 다양한 파장을 효율적으로 제공하지 못하는 기존 식물재배용 광원의 한계를 발견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변형 광원 장치(가변형 필름 솔루션) 쉘파라이트가 쉘파스페이스의 작품이다.

 

2017년 법인 설립과 함께 블루포인트의 투자를 받았고, 2018년 블루포인트 데모데이 무대에 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블루포인트와 LG Display가 함께 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드림플레이’에 참여해 우수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급속도로 성장한 쉘파스페이스는 최근 시리즈 A 투자를 받았다. 팀원 두 명이서, 블루포인트로부터 첫 투자를 받았던 2년 전에는 마냥 기뻤는데, 지금은 기쁨과 책임감을 함께 느낀다고 했다.

 

윤 대표는 “매출 계획 등 구체적인 숫자를 투자자들에게 제시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며 “하지만 블루포인트 데모데이를 준비하면서 보조광원을 사용해 생산성이 극대화될 수 있는 작물의 종류, 이를 통해 실제로 증가할 수 있는 경제적 효과와 시장의 잠재성, 경쟁사 등 시장 조사를 철저히 해둔 것, 그리고 데모데이 준비를 위해 스토리라인을 끊임 없이 수정하고 사용하는 언어를 쉽게 고친 것이 크게 도움됐다”고 밝혔다.

 

 

창업, 그리고 블루포인트와의 만남

 

초기 팀원들과 함께 대기업을 퇴사하고 창업했다고 들었다.

창업을 오래 꿈꿨다. 일을 배워보자 싶어 대기업에 취업해서 나름대로 인정받으며 일도 열심히 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블루포인트를 알게 됐다. 그때 이용관 대표님이 “창업하려면 대기업 때를 빼라”고 조언해줬다. ​

 

그후 회사에서 괜찮은 친구들과 사조직을 꾸려 스터디를 진행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술 중에서 비즈니스 할 만한 것을 찾아보고 그 친구들과 함께 스타트업 행사도 다녔다. 나를 믿고 따라 나오겠다는 친구들도 있어 리스크를 감수하고라도 창업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

 

그때 블루포인트와의 인연이 시작된 건가.

본격적으로 연결된 것은 이후 다른 경로를 통해서였다. 나도 카이스트 출신이니까 사무실이 카이스트에 있는 게 좋겠다 싶어 창업보육센터에 지원하고 발표했는데, 엄청 까칠한 심사관이 있었다. 그 사람이 블루포인트 김용건 부사장님이다. 그런데 심사 후에 곧바로 우리 회사에 관심 있다고 연락하셨다. 이후 6개월간 부사장님과 비즈니스 모델을 다듬었다. ​

 

함께 다듬은 비즈니스 모델, 또 한 번의 피봇팅

 

투자도 이뤄지기 전에 함께 비즈니스 모델을 다듬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회사도 설립하기 전이었다. 식물재배기 모델로 발표하고 많은 피드백을 받았다. 그리고 블루포인트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다듬기 위한 여러 숙제를 내줬다. ​

 

기존 시장에는 이미 식용 채소류를 집에서 키우기 위한 식물 재배기가 많다. 우리는 처음에 기능성 약용 식물을 키우는 가정용 식물재배기를 만들고, 그 레시피를 개인들이 개발해 레시피를 판매하는 것을 타겟했었다. 하지만 블루포인트와 함께 고민하면서 재배기의 타겟 시장이 있는지, 레시피 판매에 대한 고객 니즈가 있는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고객 인터뷰도 많이 진행했다. ​

 

3개월 정도 지나 다시 투자심사 발표를 했고, 다행히 달라진 비즈니스모델로 블루포인트로부터 투자받을 수 있었다. 결국 기능성 약용식물 재배기로 워킹 목업까지 개발한 상태에서 투자받았지만, 그 인터뷰 과정에서 알게된 새로운 고객 니즈가 또 한번의 피봇팅을 이끌었다.

 

쉘파스페이스의 가변 광원을 통한 식물 재배 현장

 

그 아이템이 지금의 시설 재배용 가변성 필름 솔루션인가.

그렇다. 고객분들을 만나 인터뷰를 해보니 가정용 식물재배기보다는 시설원예 또는 버티컬팜이나 컨테이너 팜에 사용할 수 있는 조명, 가변성 광원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실 첫 아이템이 재배기였기 때문에, 재배 환경에 대한 여러 데이터를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었던 것이 도움이 됐다.

 

빛이 식물의 생장에 중요한데, 식물의 종이나 생장 단계에 맞춰 빛 조절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빛을 조정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리고 이용관 대표님과 대화하던 중 퀀텀닷 기술*에 대해 듣게 됐다. 우리 생육 모델에 다양한 파장의 빛을 구현하는 기술이 필요하니 퀀텀닷을 활용한 가변형 필름 솔루션을 생각하게 된 거다.

*크기가 수 나노미터(nm) 크기에 불과한 초미세 반도체 입자. 쉘파라이트는 광원을 다수의 양자점이 배열된 시트에 조사시켜 식물의 생장 단계별 및 식물의 종류별로 필요한 파장을 갖도록 조절한다.

 

기존 플레이어들이 광원에 대해 문제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건가.

그렇다. 기존시설원예에서 사용하는 보조광원의 경우 과도한 열이 발생하거나, 식물에게 꼭 필요한 파장대의 빛을 주지 못해 식물의 키는 자라지만 열매는 튼실하게 열리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실제로 노지에서 키운 상추보다 식물공장에서 키우는 상추의 잎이 얇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파장의 빛을 비출 수 있도록 여러 색의 보조광원(조명)을 설치해야 하는데, 결국 초기투자비용이 늘어나 부담이 크다. ​

 

피봇팅의 결과가 투자 유치로 이어진 셈인가.

투자자 분들이 블루포인트 데모데이 때 깜짝 놀랐다고 이야기했다. 이전까지 우리를 식물재배기 회사로만 알았는데, 빛 솔루션을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이런 시프트를 했냐”며 놀라더라. ​ 실제로 블루포인트 데모데이, 이어 진행된 인베스터데이에서 우리를 눈여겨본 VC들과의 인연으로 (시리즈 A)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2018 블루포인트 데모데이, 쉘파스페이스 윤좌문 대표

스마트팜, 그리고 쉘파스페이스의 미래

 

스마트팜에 집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시장성을 본 것인가.

시장 자체가 워낙 크다. 흔히 하는 비교인데, 전 세계 해수 담수 시장이 2조 원 규모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딸기 시장 크기만 2조 원 규모다. 경영 투입 비용 대비 수익률도 제조업은 5%대인데 딸기는 23%, 인상은 46% 일 정도로 수익성도 좋다. 하지만 최근의 미래 농업에 대비한 기술들은 생산량에만 집중할 뿐, 상품성까지 챙기지는 못 하고 있다.

 

농약이나 비료를 과하게 쓴 탓에 토양이 산성화됐고, 유통 과정이 길어지면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덜 익은 식물을 수확하면서 농작물의 맛이나 영양성분이 과거에 비해 더 안 좋아졌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시금치와 당근에 포함된 미네랄(칼슘, 철분)을 예로 들자면 지난 50여 년 동안 40%이상 감소했다. 광기술이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봤다. ​

 

농업 분야에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계신 것 같다.

인류가 직면할 식량난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어서다. 2050년이면 지구상 추정 인구가 97억 명인데, 그 인류에게 필요한 곡물량이 51억 톤, 육류가 4.7억 톤이라는 보고가 있다. 지난 8000년 간의 생산량이 향후 40년 동안 인류가 필요한 양과 같다는 이야기다. ‘식량이 곧 안보’라는 이야기가 있지 않나. 국가적으로 자생력을 키워야만 하는 산업이다. ​

 

가장 중요한 건 쉘파라이트가 적용된 환경에서 재배한 농산물의 품질이 아닌가.

빨리 자라는 만큼 생산성도 높으면서, 영양 성분도 좋아지는 게 쉘파가 가진 장점이다. 최적화된 파장을 제공해서 실험한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

 

아이스플랜트의 성분 중 피니톨의 경우 쉘파 재배 작물이 노지 재배 작물 대비 5배, 인삼의 사포닌 성분 지표 중 간기능과 피로회복에 좋다고 알려진 Rb1은 뿌리에서 문헌 대비 2배, 잎에서 문헌 대비 10배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스타트업 하면서 가장 즐거운 때를 꼽자면.

식구가 늘어날 때다. 회사를 운영하는 가장 큰 의미를 고용 창출에 두고 있다. 친구들과 꿈을 나누고, 한 명 한 명 늘어날 때의 카타르시스가 있다. 이게 나에게 의미가 크더라. ​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는 양산을 마무리하고 농가에 보급하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한, 미국과 인도네시아 등 해외시장 개척에 토대를 마련하려고 한다. 농가 보급은 원가로 장치를 제공하고 추가 수익을 나누는 ‘profit sharing’ 형태의 전략을 취하려고 한다. 농가 입장에서도 투자비가 절약되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 후에는 2년 후 코넥스, 3년 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